상반기 순이익 전년 대비 8.3% 감소…예상보다 선방
대체투자 공격 영업 성과, WM과 시너지 확대

삼성증권 본사가 위치한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사상 초유의 배당사고 뒤 직무대행을 거쳐 대표 자리에 오른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가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실적 성장의 기대감을 높인 장 대표는 IB(기업금융)와 WM(자산관리) 부문의 시너지 효과로 도약의 채비를 마쳤다.

◆ 악재 속에도 삼성증권 이끈 진짜 ‘리더’…실적 합격점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6일 사상 초유의 배당사고를 냈다. 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입금하면서 주당 1000원이 아닌 자사주 1000주를 입고한 것이다. 이에 총 28억1000만원이 잘못 입고됐다. 게다가 자사주를 입고 받은 일부 직원이 1208만주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와 위험관리 비상계획 마련 의무, 전자금융거래의 안전한 처리를 위한 선관주의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삼성증권에 제재를 내렸다. 제제 내용은 ▲신규투자자 주식 거래계좌 개설 등에 관한 업무 일부 정지 6개월 및 2년간 신사업 금지 ▲과태료 1억4400만원 ▲구성훈 대표 직무 정지 3개월 등이다.

이후 구성훈 당시 대표이사가 지난해 7월 배당오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하자 삼성증권은 장석훈 당시 경영지원실장을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구원투수 역할로 임시대표 자리에 오른 장 대표는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 투자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IB와 WM을 연계해 법인고객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면서 자산관리 명가 타이틀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배당사고가 발생했지만 실적은 예상보다 선방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증권의 분기 순이익은 642억원으로 전년 동기(874억원)보다 26.54% 감소했다. 이는 국내 증시가 부진한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1~3분기 영업이익으로 보면 4043억원으로 2017년 1~3분기(2784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에 같은 해 11월 삼성증권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장 당시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공식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증권 측은 장 대표이사가 관리, 인사, 기획, 상품개발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고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아 경영 안정화를 이끌어왔다는 것을 선임 이유로 꼽으며 제2의 도약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 대체투자 강화 결실…하반기 성장 기대감 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사진=삼성증권

삼성증권은 올해 초 신규주식영업정지 6개월 제재가 종료되면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삼성증권은 ‘디지털’과 ‘글로벌’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온라인 기반의 자기주도형 투자자를 공략층으로 잡고 비대면 신규고객 30만명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또 잔고 100만원 이상의 디지털 자산관리 실질 고객 70만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상반기 실적 성적표는 합격점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2134억원을 기록했다. 세전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 줄어든 2847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불안정한 시장 환경에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IB와 WM 부문 강화에 집중한 것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IB 부문의 경우 대체투자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이 아닌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으로 주로 사모·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등에 투자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 대체투자본부를 신설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프랑스 르미에르 오피스, 프랑스 크리스털파크 빌딩, 일본 아오야마 빌딩, BRM 미드스트림 등에 투자했고 영국 XLT 열차리스 지분 인수 거래도 성사했다. 이에 상반기 투자금융부분에서 전년 대비 46% 증가한 673억원을 벌어들였다.

또 바이오 기업 IPO(기업공개)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두각을 보였다. 삼성증권은 셀리드, 아모그린텍, 압타바이오를 상장시켜 누적 공모금액 14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누적 공모금액(1723억원)에 육박한 수치다.

WM 사업에서도 경쟁우위를 유지했다. 영업기반 강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증시침체에도 불구하고 리테일 고객예탁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77조원을 기록했다.

WM과 IB 부문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거액의 실물증권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전자증권제도 시행과 관련해 법인 및 개인 고객들이 보유한 5조원 규모의 실물증권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각 증권사에 예치된 전체 실물주식자산 17조원의 30%에 해당하며 업계 1위의 기록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 등 본사 영업이 강화되면서 주식을 실물로 보유하고 있는 법인과 거액자산가 등 WM 고객들 사이에서 삼성증권이 전사의 역량을 집대성해 제공하는 법인 토탈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높아졌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B 및 자산활용 수익의 실적 기여도가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며 “IB 투자성과 확대는 지속적인 IB 인력 확충에 따른 것으로 IB 인력은 연말까지 156명으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초대형 IB답지 않은 보수적인 비즈니스 행보를 보였으나 최근 IB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정적 실적에 고배당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