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성분 똑같다는 말, 믿기 어려워”
약사의 ‘갑질’일까…선택권 박탈당한 소비자
약사, “같은 효과, 저렴한 약품으로 추천해주는 것뿐”

사진=연합뉴스

약사의 대체품 권유에 대해 소비자는 약사가 원하는 상품을 주지 않아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이 약사와 제약회사 간의 거래에 의한 결과라고 하지만 약사들은 가격과 성능을 고려한 소비자를 위한 행동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약사 말 믿고 대체품 구입…후회한 적도

비염이 심해 코 스프레이를 자주 사용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근처 약국을 방문해 평소에 사용하던 코 스프레이 제품을 요청했다. 그러나 약사가 꺼낸 제품은 ‘타사 제품’. 의사는 덧붙여 “성분이 똑같아요. 이거 쓰세요”라고 말했다. A씨는 두 가지 제품을 모두 써봤는데, 자신에게 이 제품이 더 맞다고 주장했지만 약사는 세 번 더 물어본 후에야 구석에서 원하는 제품을 꺼내줬다.

당시 A씨는 “내가 써오던 제품이라고 주장해도 계속 안주길래 재고가 없는 건가 싶었는데, 마지못해 전해주는 게 화가 났다. 분명 같은 성분이라면서 왜 주기를 꺼려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당시 불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약사의 추천으로 대체품을 샀지만 기존에 쓰던 약보다 더 좋은 점을 모르겠다는 의견을 주변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두통약을 구매했을 당시)약사가 대체 두통약을 권유했을 때, 약사의 말이다 보니 신뢰하면서 샀다. 그러나 막상 내가 찾던 약보다 효과가 없을 때는 ‘원래 약을 살걸’ 하고 후회한 적이 몇 번 있었다”면서 “약사는 정말 그(대체) 제품이 더 좋아서 추천한 건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 약사와 제약회사의 거래…소비자의 선택권은 어디로

이런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사와 제약회사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약사가 약품을 구매할 때 정상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한 후 소비자에게 이를 팔아 마진율을 높이거나, 특정 제약회사, 영업사원들과 은밀한 거래를 맺어 특정 제품을 더 추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약사들이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흔히 ‘갑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C씨는 “실제 영업사원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제품을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약사들이, 제약회사가 최소 마진을 보는 가격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할인을 안 해주면 약을 안 산다고 말하니, 영업사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깎고 그 돈을 자신들의 돈으로 채우기도 한다. 어떤 영업사원은 약사가 약국 청소를 해주면 약을 사주겠다고 해서 청소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약사가 소비자에게 제네릭(모방약품)을 권유하는 것에 선의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진률이 더 좋거나, 특정 제약회사 및 영업사원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 제품을 더 권유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반면 약사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동일성분의 약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권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일성분의 동일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비 광고제품은 광고제품에 비해 적게는 몇천 원, 많게는 1만~2만원 이상 저렴하다. 따라서 특별한 공법이나 원료차이가 있지 않는 한 동일성분의 저렴한 가격인 제품들을 권유하는 것이라는 게 약사의 입장이다.

약사 D씨는 “비 광고제품들 중 가격은 저렴한데 오히려 성분이 더 보강돼 있거나 더 좋은 제품이 있다면 그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약사의 일이다. 광고제품만 권하게 되면 판매자가 달라는 것만 주면 되니까 약사가 굳이 필요할까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소비자들이 오로지 광고나 주변 지인들의 말만 믿고 약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경우 이야기를 들어보고 아니다 싶을 때는 더 적합한 제제를 추천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홍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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