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사진=픽사베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으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이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블록체인을 일상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는 이유로 게임에 접목되고 협회 등 유관기관까지 블록체인과 게임의 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게임을 하면서 얻게 되는 암호화폐의 환전성 여부가 등급분류 거부 대상인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는지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는 국내 게임사는 늘고 있지만,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서비스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 “부담 없이 블록체인 접목 가능한 것은 게임”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블록체인 서비스를 쉽게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시장(PaaS, Platform as a Service)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에서 블록체인을 연구하기도 하고, 블록체인 업계에서 게임을 개발하기도 하는 등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이 활발하다.

블록체인 업계는 게임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이유로 게임이 일상에서 가장 부담 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게임은 복잡한 기술이 다수 적용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어디에 어떤 기술이 적용돼 있는지 몰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게임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에선 게임사들이 자율규제에 따라 확률을 공개하고 있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게임 내 표기된 확률과 실제 느껴지는 확률이 다른 것 같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이템 확률 조작 혐의로 넥슨, 넷마블, 넥스트플로어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또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기준 ‘도타2’를 서비스하는 밸브, ‘브롤스타즈’, ‘클래시로얄’ 등을 서비스하는 슈퍼셀 등 해외 게임사는 자율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밸브의 ‘도타2’, 디안디안인터렉티브 홀딩의 ‘총기시대’, 슈퍼셀의 ‘클래시로얄’은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을 처음 공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 번도 준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5월 27일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게임 업데이트·패치 후 발생하는 버그 ▲확률 불일치 ▲보상 미지급 등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게임사가 가능한 한 빠르게 민원을 처리해야 하고, 민원 처리가 곤란한 경우 그 사유와 처리 일정을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관해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게이머들이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만큼 아이템 획득 확률이 낮은 게임도 있고, ‘데스티니 차일드’ 같은 게임은 실제 확률과 표기 확률이 다르다고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맞기도 했다”며 “게임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확률형 아이템 획득 내역이 블록에 기록돼 조작,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게임 서비스가 종료돼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댑’ 기자간담회에서 플레이댑의 최성원 전략총괄(왼쪽부터), 정상원 사업총괄, 고광욱 기술총괄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인호 기자

◆ 가이드라인 없어 블록체인 게임 국내 서비스 ‘난항’

하지만 현재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서비스는 어렵다.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태다. 블록체인 게임 역시 지난해 6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암호화폐 ‘픽시코인’을 추가했던 플레로게임즈의 캐주얼 모바일게임 ‘유나의 옷장’을 게임 결과물을 환전할 수 있는 사행성 게임물로 판단해 등급 재분류 판정을 내린 뒤 해외로 나갔다.

블록체인 게임은 블록에 확률형 아이템 획득 내역 등을 기록해 ▲위·변조를 원천 차단하는 것 외에도 ▲구글, 애플 등에 내야 하는 마켓 수수료가 없는 점 ▲A게임에서 플레이하면서 얻은 아이템을 B게임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A게임을 하면서 얻은 것을 판매한 돈으로 B게임의 아이템을 살 때 사용할 수 있는 크로스플레이 등이 특징이다.

블록체인 게임 간 크로스플레이를 위한 재화는 주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를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암호화폐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기축통화로 환전할 수 있는 부분이 게임위에서 등급분류를 거부하게 되는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는 분석이 많다. 암호화폐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환전할 수 있는 부분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사행성 게임물은 ▲사행성을 모사하는 게임이고 ▲게임의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득이나 손실이 발생하는 게임으로, 게임법이 아니라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이나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블록체인 게임 관련 기업들은 현재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다. 등급 재분류 판정을 받고 결국 서비스를 종료한 유나의 옷장 이후 주목을 받게 될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위에 따르면 유나의 옷장 이후 게임위에 심의를 요청한 블록체인 게임은 없었다. 이에 익명을 요청한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유나의 옷장을 이미 봐온 터라 누구나 굳이 선례가 되고 싶어 하진 않을 것 같다. 뭘 해도 되고 뭘 하면 안 되는지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것에 따라 게임을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다. 다 만들고 심의를 넣었다가 수정하느니 기본 버전만 만들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완하는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블록체인 게임 자체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국내 개발사 수퍼트리가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도저’나 ‘도저버드’는 해외에서 굳건한 1위였던 ‘크립토키티’를 제치고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 국내 게이머들도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기업 플레이댑의 기자간담회에서 최성원 플레이댑 전략총괄은 “블록체인 게임은 현재 국내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지만, 국내 유저들이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간담회를 열게 됐다”며 “블록체인 게임 관련 10월 중에 게임위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게임위 관계자는 “정부의 기준을 정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달에 두 달 내로 게임위 내부 TF나 연구용역 등을 통해 블록체인·암호화폐는 무엇인지, 해외 블록체인 게임 심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연구하겠다고 했던 것”이라며 “보통 데이터가 쌓여야 기준이 세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블록체인 게임사들이 유나의 옷장 이후로 ‘블록체인 게임 안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나의 옷장은 전체이용가로 등급을 받았는데 암호화폐를 도입하면서 사행성 요소가 생겨 등급을 바꿔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며 “등급분류는 개별 사안에 따라 관련 부서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심의를 요청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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