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의 역사적·상징적 의미 조명
“주요 관련국, 남북 긍정적 분위기 해치는 행위 자제해야”

사진=김민희 기자

통일연구원에서 주최한 ‘9·19 평양공동선언’ 학술회의가 18일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회의는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이해 지난 1년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열어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20일 평양에서 가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한 공동선언이다. 당시 두 정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진전을 이뤄나가기로 합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임강택 통일연구원 원장은 “오늘 회의는 지난 1년간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평양공동선언이 갖는 역사적·상징적 의미를 조명하고 현재 교착상태를 풀어내는 실천적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레온 시갈 사회과학연구회 동북아협력 안보국장은 ‘평양공동선언 이후 북한과의 평화로 가는 길’에 관해 설명했다.

레온 안보국장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다. 단순 안전보장뿐만이아니라 더 많은 것을 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1990년대 초반 한미 동맹과 같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원하고 있다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포괄적 안보 접근법이 보다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평화조약 협사을 위한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에서 3자 또는 4자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에리카 페인 전쟁없는승리(Win Without War)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펼쳐온 남북외교트랙을 미국 진보진영이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리카 페인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전개된 남북관계의 체계적 진전은 남북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의 밑거름이 됐다. 미국 진보진영이 한반도에 대한 미 정치권의 태도 전환을 추구함에 있어, 이를 모델로 삼야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북미관계를 둘러싼 편견이 상당하고 이로인해 한미 동맹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미 진보진영은 한반도에 새로운 내러티브와 비전을 구축해나가기 위해 점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평양공동선언이 가지는 의의를 ▲북핵문제 해결의 구체적 방안 논의 ▲군사적 신뢰 구축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 15만 평양시민을 상대로 연설 등으로 꼽았다.

특히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든 것이 남북 평화 모멘텀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평양 선언 이행이 순조롭지 못한 이유로 남북합의와 국제정치의 상관관계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휴전선은 남북 분단선 뿐만 아니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분단선이기도 하다. 한반도문제가 한반도에 국한되는지, 국제적 이슈인지 그 성격을 해석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또 한국의 역할에 대한 불만족으로 북한이 전략 변화를 한 것, 안보문제의 역지사지 한계 등의 이유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평양공동선언 합의가 본격적으로 실행되지 못해 남북관계의 발전동력이 약화된 점을 지적했다.

이남주 교수는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돼 있는 비핵화 시퀀스가 실현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이는 남북이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에 대한 최초의 합의임에도 그 의미를 상당부분 상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협상 동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주요 관련국들이 지난해 형성된 긍정적 분위기를 부정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적대와 대립으로 상대의 불만을 살 수 있는 관습과 행위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개별 행위를 문제로 삼아 평화 프로세스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모처럼 만들어진 긍정적 분위기를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해당 회의는 총 3세션과 종합 토론으로 구성됐으며, 서호 통일부 차관, 최완규 신한대학교 설립자석좌교수, 레온시갈 사회과학연구회 동북아협력 안보국장, 김갑식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김용현 동국대학교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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