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정부 관계부처 수장들과 양승동 KBS 사장, 최승호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콘텐츠웨이브 주주사 사장단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디즈니 등 글로벌 공룡들이 연이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진출하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토종 OTT 연합군 ‘웨이브(Wavve)’가 오는 18일 출범한다. 하지만 관련 규제가 국내 OTT와 글로벌 OTT 간 역차별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규제 실효성이 없으면 토종 OTT만 부담”

콘텐츠웨이브(구 콘텐츠연합플랫폼)가 지난 16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진행한 웨이브 출범식에서 양승동 KBS 사장, 최승호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웨이브 주주사 사장단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디즈니, 넷플릭스 등 거대 글로벌 OTT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개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OTT 규제 법안)을 꼽았다.

이희주 웨이브 플랫폼사업본부장은 “(김성수 의원의 개정안은) OTT를 방송법에 포함하고 규제를 유료방송 수준으로 진행하는 내용으로 유튜브, 넷플릭스도 포함된다고는 하는 데 규제 실효성이 중요하다”며 “규제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토종 OTT가 고스란히 무게를 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의원의 개정안은 이용약관 신고 의무와 심의규정, 경쟁상황 평가, 방송 광고 구분표시 의무 등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규제보다는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의 경우 기존 유료방송사업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법적 지위만 부여했고, 유럽은 콘텐츠 쿼터를 적용해 현지 콘텐츠 제작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OTT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것이 몇 년 전까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현재는 한국 콘텐츠 시장이 해외에 완전히 개방된 상태”라면서 “다만 지상파 3사에 적용되는 높은 수준의 규제들이 ‘머리부터 꼬리까지 규제받는다’고 할 정도라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한계를 갖는 부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콘텐츠 빅뱅을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이 시점에 정부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해주면 새로운 OTT를 기반으로 세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디즈니가 곧 국내 시장에 상륙하는데 이런 거대 기업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저희 맨파워는 어디 내놔도 지지 않는다”며 “디즈니가 상륙하기 전에 정부 부처에서 힘 써달라”고 촉구했다.

◆ 토종 OTT 위해 과기정통부-방통위 합심할까

현재 국내 방송·통신 분야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하는 상태다. 하지만 규제가 이원화 돼있어 일각에서는 규제 개선·제도 정비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지난 7월 사의를 공식 표명하면서 “방송 통신 규제 업무가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원화돼 있는 것은 기형적인 구조”라며 “이를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성수 의원의 개정안 외에도 대표적인 OTT 규제 역차별로 꼽히는 망 사용료 문제 및 상호접속고시의 경우 최 장관과 한 위원장 모두 인사청문회에서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상호접속고시에 관해 묻는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최 장관은 “상호접속고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외국 콘텐츠공급자가 시장지배적이고, 역차별 문제도 있어 균형감을 잘 살려야 한다”고 답했고, 한 위원장은 “콘텐츠공급자와 국내 통신사 간 망이용대가 문제는 전적으로 사적 계약이라는 입장이지만, 추상적으로 기술된 법·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인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은 국내 망을 사용하면서 사용료를 딱히 내지 않는 반면, 2016년 기준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에 지불한 망 사용료는 네이버 734억원, 카카오 30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2016년 개정한 상호접속고시로 인해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상호접속고시는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망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데, 동영상 이용이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사용료가 대폭 올랐지만, 국내 트래픽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튜브 등은 국내법을 따르지 않아 역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 장관과 한 위원장이 웨이브 출범식에 같이 참석해 낡은 규제를 개선하고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정책 방향 귀추가 주목된다.

최 장관은 웨이브 출범식 축사에서 “통합 OTT의 출범이 산업계의 혁신 시도에 그치지 않도록 기업의 방송·미디어 분야 혁신 서비스 개발과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할 방침”이라며 “콘텐츠 제작 역량 확충, 관련 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에 힘 쓰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도 축사에서 “미디어 공공성은 강화하고 새로운 산업의 혁신성이 미디어 생태계 전체에 고루 스미도록 중지와 혜안을 모아가겠다”며 “웨이브는 방송·통신 동반성장 파트너십이 구축된 첫 사례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미디어 산업이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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