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하반기 채용 300여명 전망…전년 대비 감소
IT·IB·PB 등 채용 트렌드 변화, 디지털 혁신 위한 필연적인 결과

지난달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상반기 증권사 순이익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채용문은 오히려 더 좁아졌다. 이에 벌어들인 순이익 규모에 비해 인색한 채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증권사는 난색을 표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증권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 56곳의 순이익은 2조849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965억원)보다 5.7% 증가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늘어난 순이익과 달리 신규 채용문은 좁아졌다. 하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 10개사의 신규 채용 규모는 300여명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순이익 1위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00여명을 하반기에 채용할 예정이다. 오는 23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는다. 이는 올 하반기 업계에서 손에 꼽는 채용 규모다.

채용 부문은 IB영업(기업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 디지털(IT SW개발, IT 시스템운영, 디지털전략, 데이터 분석), 지점영업(PB), 홀세일(법인, 국제, 연금), 리서치·운용(파생, 채권, 종금) 등의 분야에서 선발한다.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도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하반기 신입·경력사원 채용 절차를 실행 중으로 약 60여명을 뽑을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원서접수를 최근 마무리했다.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70여명을 채용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 KB증권 등도 하반기 채용을 진행 중으로 세 곳 모두 구체적인 채용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나 감소한 인원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대형 IB를 제외한 다른 증권사의 채용문 역시 대폭 좁아졌다. 상반기 채용연계형 인턴을 채용한 유안타증권은 하반기에도 같은 형식으로 인턴을 채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는 11월 공고를 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도 하반기 공채 일정은 미정이지만 수시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공고를 대대적으로 내고 신입 공채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필요한 부서에서 그때그때 수시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도 하반기 채용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반기 신규채용을 확대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앞서 지난 상반기 주요 10대 증권사 대부분은 신규채용을 진행했다. 통상 금융투자업계 신규채용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활발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신규채용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증권업계는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분기 들어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순익이 감소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56개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은 1조3842억원으로 전 분기(1조4657억원) 대비 5.6%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을 포함한 대외 불확실성이 채권, 주식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투업계 뿐 아니라 대부분 산업에서 영업환경이 대외적으로 불투명하다”며 “기업들은 고용을 포함한 투자를 꺼리게 돼 신규인력 채용을 망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비교적 비용이 덜 들어가는 경력직을 선호하게 된다”며 “교육을 거치지 않아도 바로 업무에 투입돼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체질이 변한 것도 채용감소의 원인으로 꼽혔다. 리테일 부문에 무게를 두던 과거와 달리 IB(기업금융)·WM(자산관리) 등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2분기 증권사의 수수료수익의 절반 이상은 IB부문과 WM부문이 차지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력이 가장 많이 필요했던 부문이 ‘리테일’로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지점으로 배치됐다”며 “현재는 지점 수가 줄어들고 대형화되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업계의 주요 목표로 자리 잡은 디지털 혁신에 따른 조직의 슬림화도 신규 채용에 영향을 줬다. 같은 업무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게 돕는 디지털화와 일자리 창출이 양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무가 보다 효율화되면서 필요한 인력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요구되는 직군에 변화가 생겼다”며 “과거부터 ‘우리는 IT 기업이다’고 외쳐왔던 유명 글로벌 증권사처럼 국내 증권사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가는 과정이다”고 IT·보안·핀테크 등 고급 인력의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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