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토즈소프트가 프로듀서 레터라이브 생방송을 통해 2019 파이널판타지14 팬페스티벌 행사 규모가 기존 5000석에서 2500석으로 축소됐다고 안내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정해 액토즈소프트 파이널판타지14 운영 프로듀서, 김승현 액토즈소프트 파이널판타지14 사업팀장. 사진=파이널판타지14 프로듀서 레터라이브 캡처

PC MMORPG ‘파이널판타지(이하 파판14)’의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파판14 팬페스티벌’ 규모가 결국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운영 이슈가 발생하며 당시 3일 만에 팬페스티벌 입장권 800여석이 취소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등 한일관계가 경색되며 파판14를 개발한 일본 게임 개발사 스퀘어에닉스가 한국에 오는 것을 꺼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13일 액토즈소프트(이하 액토즈)에 따르면 파판14 팬페스티벌은 예정된 일정대로 열리지만, 규모가 기존 5000석에서 2500석으로 축소됐다. 앞서 파판14는 지난달 8일 게임이용제한조치를 받은 유저들의 이용제한 근거가 기존에 증거로 채택되지 않던 영상 증거인 것으로 알려지며 운영 이슈가 발생했다.

파판14를 서비스하는 액토즈는 당시 공지사항을 통해 “파이널판타지14 한국판 운영팀은 반사회적인 성별 우월주의 및 고인 비하, 혐오, 증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모든 발언과 사상을 단호히 반대하고,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인종, 성적 소수자, 장애 등을 차별하고 증오하고 혐오하는 모든 행위 역시 반대한다”며 “파이널판타지14 운영팀은 게임 내 사회적 갈등 조장을 일으킨 것이 확인될 경우 사상 불문하고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히 처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하지만 돌아선 유저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긴 역부족이었다.

액토즈가 이번에 개최하는 파판14 팬페스티벌은 그동안 일본,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됐던 파판14 팬만을 위한 행사로 한국에서는 2017년 첫 개최 이후 두 번째로 열린다. 특히 이번 팬페스티벌은 액토즈가 야심 차게 추진한 행사로 유럽이나 북미 팬페스티벌보다 더 큰 5000석 규모로 계획됐다.

 

2019 파이널판타지14 팬페스티벌 행사장 안내도. 당초 킨텍스 9홀의 A홀과 B홀을 모두 사용하는 5000석 규모였지만, 2500석 규모로 축소되며 A홀만 사용하게 됐다. 사진=파이널판타지14 프로듀서 레터라이브 캡처

당초 입장권은 우선 입장권(2일권, 18만원)과 일반 입장권(2일권, 16만원)으로 구분돼 우선 입장권 500석, 일반 입장권 4500석 등 총 5000석이었다. 예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8월 8일 오후 7시 우선 입장권 500석은 매진됐고 일반 입장권 2300여석이 예매돼 2200여석이 잔여 수량으로 남아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운영 이슈가 불거지자 800여석이 취소됐다. 

운영 이슈가 발생한 3일 동안 취소된 표 값만 1억여원에 달한다. 팬페스티벌이 파판14 팬을 위한 행사인 만큼 당초 오기로 했던 팬들이 현장에서 판매하는 각종 굿즈를 구매할 것을 고려하면 액토즈는 3일 만에 취소된 표만 2억여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고, 추가 예매가 어려워서 손실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차 예매 취소 마감일인 11일 밤 11시 59분 기준 잔여 수량이 일반 입장권 3000여석으로, 1차 예매 최종 수량이 우선 입장권 500석을 포함해 2000여석이다.

이에 최정해 액토즈소프트 파이널판타지14 운영 프로듀서는 지난 6일 진행된 ‘프로듀서 레터라이브’를 통해 “2017년 팬페스티벌 대비 약 2.4배 큰 행사장을 임대하려고 했는데 죄송하게도 최근 운영 이슈가 생기며 티켓이 많이 취소돼 불가피하게 행사 규모를 변경하게 됐다”며 “행사 장소는 킨텍스 9홀로 동일하지만 기존 A홀과 B홀 5000명 규모로 모두 사용하려던 것에서 A홀만 사용해 2500명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승현 액토즈소프트 파이널판타지14 사업팀장은 “운영 이슈로 많은 분이 입장권 예매를 취소하면서 진지하게 내부적으로 행사 자체의 진행 여부 또는 규모 축소 등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게 됐다”며 “액토즈와 스퀘어에닉스의 사정만 검토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모든 회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2차 입장권 예매 현황은 노출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다음주 중에 남은 티켓 수량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2019 파이널판타지14 팬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 일정. 사진=파이널판타지14 프로듀서 레터라이브 캡처

액토즈는 편파 운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유저들의 반발에 거듭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해명했고, 이와 함께 갈등을 조장하는 유저들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처럼 팬페스티벌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진 않았다. 팬페스티벌 입장권을 판매하는 인터파크에 따르면 12일 기준 일반 입장권이 438석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예매가 진행 중인 현재 1차 예매 취소일 당시 2000여석과 큰 차이가 없는 총 2062석이 예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한일관계 악화가 행사 축소나 이벤트 진행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앞서 일본이 지난달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며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됐다. 백색국가는 일본 정부가 일본에서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수입하는 국가에 수출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게임업계는 한일관계 등 외교 문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문화콘텐츠산업이긴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등 무역보복에 한일 양국의 게임사들은 대외활동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예정됐던 신작 발표회를 취소했고, 넥슨은 파판14를 개발한 스퀘어에닉스의 모바일게임 ‘시노앨리스’를 정식 서비스 이틀 전에 ‘현지화 미흡’을 이유로 출시 연기했다.

이외에도 파판14 팬페스티벌 역시 일본 회사가 개발한 게임을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것이라 스퀘어에닉스의 요시다 나오키 파이널판타지14 프로듀서 및 다른 직원들이 한국에 오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액토즈 관계자는 “행사는 장소의 크기만 바뀐 것이고 준비한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며 “행사 규모가 변경된 것 외에는 변경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 자체의 진행 여부를 검토했다는 말은 팬페스티벌 진행이나 취소 등 존폐를 고민한 것이 아니고 팬페스티벌을 어떻게 진행할 지 고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2회째 개최를 맞이한 이번 파판14 팬페스티벌은 오는 10월 5일과 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500명 규모로 개최된다. 액토즈는 현장 안전 및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요원을 기존 규모에서 축소하지 않았다. 입장 전 보안검색대를 통해 소지품 검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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