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쉐라톤호텔 및 사이판 라오라오 리조트 등 비핵심자산 정리
시장 불확실성 지속 가운데 KDB인베 출범, 손실 줄이기 ‘속도’

대우건설 사옥 전경.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호텔 사업 정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로 대주주가 바뀌면서 손실을 줄이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인천 송도 소재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과 사이판 ‘라오라오 베이 골프&리조트’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7월 매각주관사를 삼정KPMG로 정하고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이들 매물 모두 복수의 원매자가 참여했다. 대상은 대우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00%로 각각 송도호텔 보통주 762만3000주, 우선주 7만7000주, 라오라오 리조트 보통주 6210만주 등이다. 대우건설은 원매자들이 제시한 가격 등을 검토해 빠른 시일 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자회사인 대우송도호텔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은 지하 3층, 지상 23층의 특1급 호텔(객실 총 321개)이다. 2007년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와 사업부지 공급 및 개발협약을 체결하고 2009년 문을 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에 있을 당시 이곳 호텔 시공에 나섰던 대우건설은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호텔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문을 연 그해 당기순손실 120억원을 냈고 매년 적자가 누적되며 대우건설의 애물단지 사업으로 전락했다. 2013년 한 차례 매각에 나섰으나 새 주인을 맞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해 기준 최근 3년간 대우송도호텔의 당기순손실은 ▲2016년 45억8900만원 ▲2017년 48억5000만원 ▲2018년 58억6200만원 등 총 153억100만원 상당이다. 올 상반기에도 30억1300만원의 손실을 냈다.

2008년 대우건설이 개발한 사이판의 라오라오 베이 골프&리조트는 36홀의 골프장과 54개의 고급 객실을 갖춘 골프 리조트다. 1989년 일본 시미쯔건설에서 부지를 개발하고 유명 골퍼인 그렉 노먼이 직접 코스를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이판의 유명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 리조트 역시 ▲2016년 39억2400만원 ▲2017년 45억600만원 ▲2018년 39억5000만원 ▲2019년 상반기 12억7500만원 등 매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외경. 사진=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홈페이지

이미 작년 10월부터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은 이들 비핵심자산 정리 수순을 밟았으나 높은 가격과 제한적인 경쟁입찰 방식을 취한 탓에 매각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우건설이 희망한 가격은 쉐라톤 호텔 1200억원, 라오라오 리조트 500억원 등으로 IB 업계에서는 비싸다는 인식 탓에 원매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주주로 오면서 반전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을 연내 급하게 매각하는 대신 경영정상화 및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KDB인베스트먼트는 지지부진한 호텔 사업 정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기존 경쟁입찰 방식을 공개입찰로 전환하고 본입찰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이끄는 등 비핵심자산을 지체없이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고 원매자들과 협상안 조율 등을 거치면 연내 송도 쉐라톤 호텔을 비롯해 라오라오 리조트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밖에도 대우건설 재무구조 개선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대표적으로는 리비아에서 진행하는 발전소 건설 사업 및 호텔 사업 등이 꼽힌다. 지난 3월 대우건설은 리비아 내전으로 2014년 중단됐던 발전소 건설 사업을 재개하는 협약을 맺었으나 최근 리비아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리폴리 지역 소재 ‘리비아 트리폴리 호텔’ 손실폭이 더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 호텔 건설 및 운영을 위해 마련된 현지 합작법인 ‘대우 트리폴리 투자개발(Daewoo Tripoli Investment & Development Co.)’은 대우건설이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4억1700만원 수준이었던 대우 트리폴리 투자개발의 당기순손실은 올 상반기 5배 이상 늘어난 183억9200만원으로 조사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던 대우건설의 호텔 사업 매각 작업이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주주로 오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은 대우건설 매각에 앞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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