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의료자문의 실명공개, 소비자 ‘권리’ 찾아줄까
보험사 의료자문의 실명공개, 소비자 ‘권리’ 찾아줄까
  • 이진명 기자
  • 승인 2019.09.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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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의 익명성 보장으로 객관성, 공정성 지속적 문제 제기
보험금 부지급 악용 비판…의료자문의 실명공개 법 발의
부작용 우려 vs 소비자 권익 제고 기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의료자문의 실명공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보험 가입자에게 자문의사의 정보를 공개하면 객관성, 공정성 문제가 해소돼 소비자 권익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과 정보 공개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자문의 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와 소비자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제3의 전문의에게 환자를 직접 진단하지 않고 소비자의 질환에 대해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하며 ‘의료자문의 실명제’란 보험사가 보험금 책정 등을 위해 자문의로부터 의료자문을 받은 경우, 소비자에게 자문의 성명과 소속기관 정보, 의료 자문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받는 자문의의 익명성이 보장되고 있고, 이로 인해 자문 소견에 대한 객관성, 공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의료자문제도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보장하는 합법적인 제도다. 문제는 의료자문제도가 약관상 지급사유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보험사 ‘내부 판단용’에 불과하지만 보험사가 이를 소비자가 제시한 진단서 거부 용도로 사용한다는데 있다.

전재수 의원은 “보험사 중심의 제도들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면서 “의료자문의 실명제가 도입되면 의료자문의 제도가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될 것”이라며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료자문의 실명제 도입에 대한 실효성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봤다.

금융당국도 수년 전부터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보험사의 자문건수와 부지급건수는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2013년 금융위원회는 자문의 선정이 객관성이 부족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면서 ‘자문의 풀(pool system)’ 운영을 통해 중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자문 사례가 많은 병리의학회, 외과의학회, 내과의학회 등으로 구성된 ‘자문의 풀’에서 임의추출된 의사로 하여금 자문을 맡도록 해 자문 객관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다.

2017년 금융감독원도 의료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한다면서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고 자문병원 및 자문내용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또 제3의료기관 선정 시 합의가 안 되거나 소비자가 금감원에 조정요청을 하는 경우 전문 의학회 등을 통해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의료자문 프로세스 마련과 의학적 분쟁건 등에 대해서 심층 검토를 위한 의료분쟁전문소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의료자문제도 관련해 해결방안을 내놨지만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료자문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의뢰한 2014년 의료자문은 총 5만4076건으로 이 가운데 자문결과를 인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건이 9712건으로 나타나 전체 30%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년 의뢰건이 증가하는 만큼 부지급건도 증가해 2015년 4만9288건 중 42%인 2만763건, 2016년 6만8499건 중 48%인 3만2975건이 부지급건으로 나타났으며, 2017년에는 의뢰건 7만7900건 중 3만8369건이 부지급건으로 집계돼 무려 절반에 가까운 49%를 차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명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보험회사는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자문 의뢰를 받은 의사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도 “의료자문한 의사의 이름을 공개하면 문제가 공정하게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면서 “의사가 공정하게 자문을 했다하더라도 그 자문결과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라면 아마도 소비자는 비난의 화살을 의사에게로 돌릴 것이 자명한데 자문에 응할 의사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전재수 의원실 관계자는 “의료자문의 실명공개로 인한 실효성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암환자인데 정형외과 의사가 의료자문을 해 보험사에 유리하게 적용을 하는 등 익명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실명공개는 해당 환자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있는 의사인지 또 이 같은 의료자문을 내리는 과(科)가 환자 상태와 관련있는 과에서 내려진 것인지 등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의사가 공정하게 자문을 했다면 문제 될게 없다. 이 법안을 발의한 것은 결국 보험회사나 의사 모두 의료자문에 대해 신중히 하라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의료자문제도가 무분별하게 남용된 원인이 익명성에 있다고 보고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개선하려면 실명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한편 소비자가 보험사의 의료자문 요구를 받았을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 요구를 받았다면 자문에 응해야 하는 상황인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수많은 보험금 지급과정을 통해서 경험을 축적한 보험회사가 자문 과정 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데도 자문 요구를 하는 것은 면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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