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일본과 2~3년 격차 따라잡겠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 “미디어 제도 전반 개선 방향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 전에 최기영 과기부 장관, 이정옥 여가부 장관, 조성욱 공정위원장, 한상혁 방통위원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재가했다. 최 장관과 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방송·통신 문제에 관해 이견을 보인 바 있지만, 기본적인 방향이 기존 정부 정책과 유사해 정책 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6명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최기영, 법무부 장관에 조국,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정옥,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한상혁,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조성욱,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은성수 임명을 재가했다”고 말했다.

◆ 과기정통부 장관이 된 ‘반도체 전문가’

이날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임명된 최기영 장관은 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했고,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인공지능(AI) 전문가로 꼽힌다. 최 장관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한일경제전쟁에서 소재·부품·장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임명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5G나 ICT 관련 질의에는 준비가 미흡한 답변을 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에 관해서는 기초과학에 투자해 소재·부품 자립 역량을 확보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먼저 우리나라가 가진 메모리 반도체·5G 등의 강점을 살려 일본과 2~3년 정도 나는 기술적 격차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관련 기술의 자립역량 확보를 위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핵심품목을 집중 관리하고 ▲조기 상용화 ▲대체품 지원 ▲핵심 원천기술 확보 등의 맞춤형 R&D 전략을 선택할 방침이다.

최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길게 뒤처진 것은 5년이고, 뒤처지지 않은 부분은 거의 따라잡을 수 있는 정도로 알고 있다”며 “수입 다변화가 되지 않는 부분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 빠르게 상용화하고, 수입 다변화가 되면 대체재를 고려하면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AI나 빅데이터가 미국, 중국 등에 밀리는데, AI에 중요한 메모리는 대기업에서 잘 하기 때문에 대기업과의 협력을 어떻게 끌어낼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중국 등에 다소 밀리는 AI는 인공지능 인재 양성 및 지능형 반도체 육성 등 주력산업과 연계한 전략적 연구개발을 통해 AI 기술의 세계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초중고 학생들의 SW, 인공지능 교육을 강화한다. 특히 최 장관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R&D 종합대책’의 최전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방송·통신 관련 업무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방통위와 업무조정을 통해 방송 통신 분야 정책 일원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최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장관이 되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년이 안 된다”며 “소모적 논쟁 없이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페이스북 행정소송 패소로 논란이 됐던 ‘상호접속고시’에 관해서는 “상호접속고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외국 콘텐츠공급자가 시장지배적”이라며 “역차별 문제도 있기 때문에 균형감을 잘 살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5G나 ICT에 관해서도 “5G는 LTE와 연동되니 세금지원을 생각하고 기업에서 깔아야 한다”, “알뜰폰을 살려야 한다” 등 미숙한 답변만 내놓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 방통위 이끄는 미디어 전문 변호사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방송 통신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미디어 전문 변호사다. 한 위원장은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 잔여 임기 동안 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5기 방통위가 출범할 때 재임명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회 당시 한 위원장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 이력 등을 문제 삼아 코드인사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에 관해 한 위원장은 “개인 한상혁과 방통위원장 한상혁은 다르다”며 공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위원장 지명 이후 지명 소감문을 통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저해하는 허위 조작정보(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고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짜뉴스를 방통위에서 규제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가 쏟아졌다. 당시 한 위원장은 질의에 “방통위는 현행법상 가짜뉴스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 위원장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에 관해 합리적인 규제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관한 법은 지난해 6월 27일 일몰됐지만 재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1년 넘게 공회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 위원장은 미디어들의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9일 취임사에서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진입이 본격화되고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은 OTT, SNS 등 새로운 미디어에 영향력을 빼앗기고 있다”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높아진 시청자와 이용자의 기대에 맞추어 미디어 제도 전반의 중장기적 개선 방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의도된 허위조작정보와 극단적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국민 여론 등을 종합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국민이 공감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방송 통신 시장에 아직 남아 있는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청산하고 의무송출, 광고제도 등 매체 간 차별 규제 개선 및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방송·통신 정책에 관해서는 최 장관과 달리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의 입장을 지지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방통위가 방송 통신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 전문기관으로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입법부와 보다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페이스북 행정소송 결과에 대해서는 “판결이 제도적 미비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한 위원장은 상호접속고시에 관해 해외 콘텐츠공급자와 국내 통신사 간 망이용대가 문제는 전적으로 사적 계약이라는 입장이지만, 추상적으로 기술된 법·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 문 대통령 “원 팀임을 잊지 말아달라”

9일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통신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10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첫 공식 일정을 수행했다. 국무회의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포함한 법률안 1건, 대통령령안 9건, 일반안 1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개최한 것에 관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비상한 각오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철강·조선·반도체·자동차 등 한강의 기적을 이끈 우리 산업의 청사진이 이곳에서 마련됐고, 지금은 세계를 이끌어 가는 원천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조치다.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품목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정책 사항을 효율적으로 심의·조정하기 위한 대통령 소속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설치한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고, 이들을 포함해 30명 내외의 위원으로 운영한다. 이와 함께 산자부 내에 위원회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국장급 조직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실무추진단’을 신설한다.

이와 함께 혁신성과 시장성을 갖춘 기술개발제품의 초기판로 확보 및 상용화 지원을 위해 시제품을 정부·공공기관 등이 시범 구매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계약담당자가 시범 구매 대상 시제품으로 지정·등록된 제품을 조달청장을 통해 구매할 때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등도 안건으로 상정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 후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에도 6명의 인사에 대해 국회로부터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한 채 임명하게 됐다”며 “국민들께 먼저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며 “국민을 좌절시키고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이어진 환담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4차산업혁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에게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농업”을, 조성욱 공정위원장에게 ‘공정경제를 통한 혁신성장의 완성’을,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는 ‘전분야에 걸친 금융의 중요성’을,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방송의 공적역할 강화’를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에게는 스타플레이어도 필요하지만 ‘원 팀’으로서의 조직력이 더더욱 중요하다”며 “자신의 소관 업무뿐 아니라 모든 사안에 함께 고민하는 ‘원 팀’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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