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보험 최근 4년간 연평균 57.1% 성장
보험료 납입시 환율 상승→보험료 부담 증가, 보험금 수령시 환율 하락→보험금의 원화환산금액 하락 위험
환테크 상품과 거리 멀어, 불완전판매 지적도…위험성 알고 가입해야

사진=연합뉴스

최근 저금리 기조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추세 등을 배경으로 외화보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외화보험이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에 기반한 외화보험상품이 가장 인기가 높으며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위안화 기반 외화보험도 등장했다.

외화보험은 2003년 9월 AIA생명이 국내에서 최초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AIA, ABL, 오렌지라이프 등 외국계 생명보험회사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상품 종류는 종신, 연금, 저축, 변액 등으로 다양하다.

외화보험은 최근 들어 수요가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화보험이 최초 판매된 이후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건수는 약 14만600건이며 누적 수입보험료는 3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5만건이 최근 1년 동안 판매된 것이다.

보험연구원의 연구결과도 외화보험의 인기가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임을 보여준다. 보험연구원이 4개 생명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외화보험상품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2015~2018년까지 최근 4년간 수입보험료는 연평균 57.1% 성장했으며 특히 2018년 기준 초회보험료와 신계약건수는 전년대비 각각 2.9배, 10.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최근 국제 정세 불안정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와 환율 상승 등이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외화보험의 외화 종류는 미국 달러, 중국 위안화, 호주 달러, 유럽 유로화 등이 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13만4953건을 차지한 미국 달러보험이다. 외화금액으론 29억달러, 원화 환산액은 3조5047억원에 이른다.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외화보험은 중국 위안화보험으로 3254건, 외화금액 8억9000만위안, 원화 환산액 1526억원으로 나타나 미국 달러에 기반한 외화보험에 대한 상품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외화보험의 장점, 특히 가입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달러보험의 장점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에 투자함으로써 자산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위기 시 수익률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10년 이상 유지 시 이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녀의 유학자금, 이민자금, 해외체류자금 등을 마련하는 데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도 존재한다.

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을 외국통화로 주고받는데 이 때 당시 환율에 따라 원화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보험료를 납입할 때 환율이 오르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게 되고 보험금을 수령할 때 환율이 떨어지면 보험금의 원화환산금액이 떨어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사망보험금이 30만달러고 매월 보험료로 300달러를 20년간 납부하는 외화종신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가입 시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라면 첫 회 보험료는 원화로 30만원(300달러×1000원)이다. 그러나 보험료 납입기간 중간에 환율이 달러당 1300원으로 상승하게 되면 매월 보험료 부담액은 39만원(300달러×1300원)으로 처음보다 9만원 증가한다. 가입하는 시점에는 환율이 낮은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보험금 수령시점에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보험금의 원화가치는 2억7000만원(30만달러×900원)이 돼 가입 시 기대했던 보험금인 3억원(30만달러×1000원)보다 3000만원 감소하게 된다. 보험금을 받아 원화로 쓸 때는 환율이 높은 것이 유리한 것이다. 보험 가입 시 환율변동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단기 환율 변동을 노린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 외화보험은 환테크를 위한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테크란 환율의 변동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따라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달러가 강세인 요즘 환테크의 수단으로 외화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소 5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보험 특성상 가입 이후 환율이 떨어지면 계약해지 외에 환율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한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계약해지를 하면 해약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을 우려가 있다.

또 외화보험 판매 시 불완전판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외화보험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일부 보험사들이 판매 시점의 장점만을 안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가입 전 상품안내장을 반드시 살펴보고 환리스크와 금리변동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도 “일본의 경우 초저금리와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미국과 호주 달러 등에 기반한 외화보험 시장 규모가 확대됐고 특히 2016년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정책 실시에 따라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그러나 고령계약자를 중심으로 판매 과정에서의 설명 미흡 등을 이유로 외화보험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사례를 참고해 향후 소비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판매가 이뤄지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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