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콜마-SH-서초구청 간 콜마기술원 ‘부정 매각’ 의심
서초구청, “한국콜마와 SH공사의 문제일 뿐”
유해성 제로…감정기관 어디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여성비하’ 영상 상영 논란 등으로 지난달 회장직을 내려놓은 윤동한 전 한국콜마 회장 사태 이후, 한국콜마는 여전히 뜨겁다. 특히 내곡동 한국콜마통합기술원을 두고 한국콜마와 주민들 간 기술원 부지 매입과정에 대한 의혹과 유해물질 검증에 대해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불매운동, 내곡동 주민들과의 갈등, 주력 화장품 사업 성장 둔화 등 안팎으로 우환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방문한 내곡동은 여전히 ‘콜마 연구소 반대’를 외치는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내곡동 한국콜마통합기술원은 전국 11개 한국콜마 연구소를 통합한 R&D 연구소로, 지난달 완공을 끝내고 가동 중이다. 하지만 현재 내곡동 주민들은 “한국콜마통합기술원 매각과정에서 서초구청이 한국콜마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 “연구소에서 유해물질도 나오는 것 아니냐” 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비대위 “한국콜마 부지매입 과정에서 부정처사 의심”

한국콜마와 서초구청 간 부정처사 의혹은 내곡동 한국콜마통합기술원 부지 매각과정이 공고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주민들은 부지매각 사실이 밝혀지자 용지 공급대상자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의심되고 용지매각 절차가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또한 서초구청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소유였던 해당 부지의 ‘수의계약’ 대상으로 한국콜마홀딩스를 추천했는데,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14일 한국콜마비상대책위원회와 연구소 인근 서초더샵포레 입주자대표회의는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자족시설용지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는 과정에 부정처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한국콜마의 부지매각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해당 부지는 국토교통부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승인 신청 중이라 매각 및 모집공고를 할 수 없는 시기였으며, 감정에 의한 부지가격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한국콜마의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서초구청장을 찾아가 내곡동 자족부지 땅을 수의계약 대상으로 추천을 부탁했고, 서초구청장은 SH공사에 그대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서초구청과 SH공사는 적정하지 않은 절차로, 한국콜마홀딩스가 타 실수요자와의 경쟁을 파할 수 있게 했고, 수요자 선정 이후에 부지 감정가를 결정하는 등 특혜적 절차를 통해 해당 부지를 우선 매입하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도시계획과는 “서초구청은 추천만 했을 뿐이다”며 “부정처사 의혹에 대해서는 비대위의 주장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해 해당 의혹에 대해 “SH공사는 한국콜마가 ‘수의계약 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요청했다는 사유로 법령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으며, 지구계획 변경승인을 받지 않고, 매각 공고도 없이 위 용지 매각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덧붙여 “용지(내곡동 부지)에 대한 잠재적인 매수 희망자의 용지매수 기회가 배제되는 등 용지 공급대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이 저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용지매각 절차가 부당하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는 민원을 야기했다”며 ‘주의 요구’라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감사원이나 서초구청은 별다른 제재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서초구청의 추천으로 갈등이 촉발됐음에도 정작 서초구청은 발을 빼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비대위 및 입대의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위법·부당한 사항이 있었음이 밝혀졌음에도 관계자를 ‘주의’ 조치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버린 것에 분노해, 서초구청장과 SH공사 담당자를 현재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초구청은 “(주의 요구를 받은 것에 대해)이 결과는 한국콜마와 SH공사 사이의 문제일 뿐, 서초구청과는 관련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서초더샵포레 주민 B씨는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초구청과 무슨 관계가 있어서 (한국콜마통합기술원이)무리하게 세워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돌고 있다”고 밝히며 여전히 한국콜마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내곡동 한국콜마통합기술원. 사진=파이낸셜투데이

◆ 유해물질 진짜 ‘제로’일까

내곡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매각과정이 수상하다는 점 외에도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콜마 비대위 및 입대의 등은 주민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내곡동 한국콜마 연구소의 화학실험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화학의 특성상 주민들은 어떤 물질이 배출될지 몰라 두렵다는 의견이 많다.

서초더샵포레 인근 학교 관계자는 “연구소가 지어진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을 때부터 학교에도 민원이 간간히 들어왔다”며 “아무래도 구청에 말하는 것보다는 학교에 말하는 게 빠를 것이라는 (학부모들의)생각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내곡동 어린이집 관계자 역시 “저 연구소가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무엇을 만드는지 잘 모른다. 우려가 되기는 하지만 알려진 게 없어서 답답하다”며 “(한국콜마통합기술원 문제로)동네 분위기가 아무래도 시끄러워 조속히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콜마 측은 자체 감정을 실시해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감정 기관은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투데이는 한국콜마 측에 감정결과표 공개 및 감정 기관 등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한국콜마는 내곡동 갈등 외에도 매출 성장의 둔화를 겪고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전 회장의 발언 논란 이후 국내 화장품 시장의 부진 분위기가 지속되고 여기에 대중국 수출물량까지 감소하면서 2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0.3% 감소한 192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콜마 주가에 대한 증권사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지난달 NH투자증권, 신영증권, KB증권 등이 한국콜마의 목표주가를 하향한 데 이어 키움증권 역시 4일 한국콜마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해 8만원에서 6만9000원으로 발표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홍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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