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진명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낮춘 대신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무해지·저해지환급형’ 보험을 잇달아 출시,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 소비자들로부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해지·저해지환급형’ 보험이란 보험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지급되지 않거나(무해지) 일반보험보다 낮은 해지환급금을 지급(저해지)하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적립금으로 쌓아두는 금액을 없애거나 줄여 소비자들이 납입하는 보험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무해지·저해지환급형’ 보험의 시작은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가 2015년 7월 업계 최초로 비교적 기본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에 저해지환급형을 도입하면서 부터인데 이 보험이 속된 말로 ‘대박’을 친다. 이후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종신보험뿐 아니라 암보험이나 건강보험, 치매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2015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사 예정이율이 2~2.5%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통상 예정이율이 떨어지면 보험료는 오르게 되고 보험료의 상승은 소비자의 보험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보험업계가 보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이다. 또 기존 상품과 동일한 보장을 받으면서도 보험료는 약 30%가량 저렴해 소비자의 니즈와도 맞아 떨어졌다.

이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쳐 2015년 3만4000건이었던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의 신계약건은 2016년 32만1000건, 2017년 85만3000건, 2018년 176만4000건, 올해는 1분기에만 108만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신계약보험료도 2015년 58억원에서 2016년 439억원, 2017년 946억원, 2018년 1596억원, 올해 1분기에 992억원으로 집계돼 ‘무해지·저해지환급형’ 보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무해지·저해지환급형’ 보험의 명과 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일반보험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는 것과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히지만 최대 20년을 유지하지 못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것은 단점이다.

보험감독원에 따르면 보험계약해지율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66%, 20년 시점에서는 44%에 그친다. 보험사들이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다.

애초에 ‘무해지·저해지환급형’ 보험은 상품 개발단계에서부터 보험료산출 요율에 가입자들의 예상 해지율을 포함한 상품이다. 쉽게 말해 보험료 납입기간 내 해지할 사람들을 미리 예측해 보험료를 낮춘 보험이라는 것이다.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은 가입자들의 해지율이 낮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상품이다.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중간에 보험을 해지한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해지환급금을 유지 중인 고객이나 만기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인 것이다.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의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쉽게 가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도 일반상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향후 소득과 유지 여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상품이다. 일반보험과 동일한 보장이지만 보험료는 훨씬 저렴하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면 수 년 내에 ‘호갱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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