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위탁운용사로 DLS 투자해 원금 80% 손실 ‘책임론’ 무성
위탁운용사 지위 위태…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정권

사진=연합뉴스

10조원에 달하는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자리를 지킨 한국투자증권이 ‘DLS 발 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회보험 성격이 강한 고용보험기금을 고 위험상품인 DLS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운용사 지위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의 전담운용기관(OCIO)로 선정됐다. 2015년 4월 전담운용사로 선정된 이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자리는 OCIO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수수료 수익만 약 30~40억원을 얻을 수 있고 수익을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선정 과정에서도 기존 운용사인 한투증권뿐 아니라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이 도전장을 내며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고용부는 주간운용사를 선정하는 평가위원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이 기술평가와 가격점수를 합산한 결과 최고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DLS·DLF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운용사 지위가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형 상품에 투자했다. 1차 314억원, 2차 270억원 등 총 2회에 걸쳐 투자했고 108억원이 보전되고 476억6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 1년 만에 원금의 81.7%를 날린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투자 결정 당시인 지난해 7월 미국, 유럽에서 금리 인상 흐름에 이었던 점과 최근 10년 이내 독일의 금리가 마이너스로 하락한 사례가 극히 적었던 점 등을 고려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정책 변화 등으로 독일 국채 금리가 예상치 못한 수준까지 급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하락 국면에서 주간사는 펀드 중도 매각 등을 검토했으나 금리가 수시 등락하고 만기이전 매각 시 10% 내외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해 만기 상환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사회보험 성격이 강한 기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해당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 이상일 경우 5~6%의 수익이 발생하지만 금리가 -0.5%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상실하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 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수익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막대한 손실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보통 기금을 운용할 때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다양한 유형 자산을 담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며 “여러 자산에 나눠 분산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리스크를 분산하고 안정성을 고려하기 위해 이렇게 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용보험기금 전담운용사 지위가 중도 박탈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고용부는 매년 성과평가를 통해 주간운용사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위탁계약 기간은 오는 2023년 6월까지 총 4년이지만 내년 초 고용부가 직전년도의 운용 성과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기금의 손실을 방지하고 재정 안정화에 기여하기 위해 투자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주간운용사와 개별 펀드 운용사에 대한 관리·감독과 성과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다.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타채권 비중 축소 ▲원금비보장 상품 자문위원회(가칭) 운영 ▲자산운용 모니터링 강화 ▲원금손실 운용사에 대한 성과평가를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을 계기로 기금의 손실사례가 주간운용사와 하위운용사의 성과평가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성과평가 제도와 체계를 개선하겠다”며 “기금의 성과평가위원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기금의 손실사례에 대해 평가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 항목, 평가지표 등을 재검토 하겠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투자증권은 금감원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위기에도 몰렸다. 지난달 2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투자증권이 해외금리 연계 DLS에 투자했다가 수 백억원 손해를 봤는데 한국투자증권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은 후보자는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고 답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문제가 발생하면 금감원에 조사를 위탁할 수 있다. 은 후보자가 임기를 시작하면 한투증권의 DLS 투자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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