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반발에 꼬리내린 삼성화재…설계사 수당개편 일부 없던일로
GA반발에 꼬리내린 삼성화재…설계사 수당개편 일부 없던일로
  • 이진명 기자
  • 승인 2019.09.03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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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자사 설계사 수수료 변경하는데 GA 눈치
몸집 불린 GA, 보험사에 압력…삼성화재 역풍 맞아
수수료 경쟁 방관한 금융당국 비판 도마위
삼성화재 본사 머릿돌. 사진=삼성화재
삼성화재 본사 머릿돌. 사진=삼성화재

삼성화재가 이달부터 전속 설계사 수수료를 1200%까지 올리는 수수료 정책을 내놨다가 독립법인대리점(GA)의 불매운동이라는 역풍을 맞고 도입을 철회했다.

이는 GA가 보험사 전속설계사와 수수료 수준이 동일할 경우 GA 설계사 이탈과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삼성화재는 자사 설계사 수수료 정책을 GA의 눈치를 살펴 결정해야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당초 삼성화재는 전속 설계사를 보호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인 설계사나 경력 설계사들에게 적용하는 실적형과 활동형, 두 가지 수수료 정책을 내놨었지만 GA 반발에 부딪혀 실적형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GA반발에 수수료 체계 일부 도입 안하기로

실적형은 타사 경력설계사와 신입설계사를 대상으로 첫해 수수료로 총 1200%를 지급한다. 이중 계약 익월에 725%를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별다른 실적조건이 없다는 것이 이점이다.

고정형은 위촉 후 3개월 동안 최소 200만~최고 300만원의 고정급을 주고 이후에는 실적형과 마찬가지로 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는 방식이다.

이중 실적형의 경우 GA와 유사한 수수료 지급 형태로 GA소속 설계사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대형 GA 대표들은 지난달 26일 긴급 조찬을 열어 9월부터 삼성화재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더불어 2016년 소속 설계사의 수수료를 인상했던 메리츠 화재에도 오는 10월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신인설계사의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실적형과 고정형을 선택할 수 있게끔 제도를 도입하려했으나 GA측 반발로 실적형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고 이를 GA측에 전달했다”면서 “그러나 GA측이 불매운동을 그만둘지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모집수수료 개편안으로 인해 1200% 한도에 묶여 수수료 경쟁력이 떨어진 GA 소속 설계사가 보험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여기에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인 삼성화재까지 전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높이자 위기감을 느낀 GA가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일 보장성 보험 판매 시 설계사에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를 특별수당(시책)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 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기존에는 최대 1700%까지 수수료를 지급했다.

◆보험사가 공룡으로 키운 GA

GA는 한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그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왔다. 자사의 보험상품을 GA의 설계사들이 주력으로 판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보험사들의 GA 수수료 경쟁은 보험사 소속 설계사의 이탈을 초래해 GA의 몸집이 커진 요인으로 지목된다. GA는 보험사로부터 받는 높은 수수료와 보험사 소속에서 이탈한 고능률 경력직 설계사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동일한 실적에도 GA 설계사의 급여가 높아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GA로 몰려 실제로 지난해에는 GA 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소속 설계사 수를 추월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78개 중·대형 GA의 소속 설계사 수만 18만746명으로 집계돼 보험사 소속 설계사 수 17만8358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100명~499명의 소속 설계사를 보유한 경우 중형 GA로, 500명 이상의 소속 설계사 수를 보유한 경우 대형 GA로 불린다.

또 2018년 6월말 기준, 설계사 500인 이상 대형 GA 57개, 1만명 이상의 초대형 GA도 3개나 등장하는 등 일부 GA는 외형적으로 금융회사 규모로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몸집이 커진만큼 실적도 커졌다. 지난해 중·대형 GA의 신계약은 1318만건으로 전년의 1025만건보다 293만건(28.6%) 증가했다. 이중 대형 GA는 1091만건(중형 227만건)으로 신계약의 대부분인 82.8%를 차지했다. 수수료 수입 또한 총 6조934억원으로 전년의 5조2102억원보다 8832억원(17.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삼성화재를 비롯한 보험사들의 무분별한 수수료 경쟁은 결국 부메랑이 돼 자사 설계사 수수료 체계도 계획대로 바꾸지 못하고 GA의 입김이 작용할 정도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화재가 GA를 통해 거둔 장기보험의 보험료는 전체 보험료의 약 30%를 차지해 GA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모집수수료로 성장한 GA가 이제는 보험사 정책에 입김을 넣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수수료 중심으로 경쟁했던 대형 보험사들이 이런 상황을 만든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뒤늦은 수수료 개편안, 문제 키운 당사자

애초에 GA제도를 도입한 금융당국의 늦장 대처도 도마에 오른다. 최초 도입 시 수수료 체계나 제재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도입 이후에도 GA의 몸집이 커진만큼 보험판매 품질은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금융당국의 대책은 판매 수수료 체계 개편 등이 빠져있어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지난달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을 때는 이미 GA의 몸집과 영향력이 커진 뒤였다. 수수료 경쟁을 방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GA대리점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보험사가 제공하는 수수료 관련해 별다른 가이드라인이나 제재가 없어 문제를 키웠다고 본다. 이제와서 일방적으로 천편일률적인 수수료로 제한하는 것은 GA만 희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GA가 수수료에 대한 경쟁력을 잃으면 GA 소속 설계사들이 썰물같이 보험사로 빠져나갈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에 발표한 금융당국의 모집수수료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 금융위 의결 등의 법규 개정절차를 완료하고 모집수수료 시스템과 모집조직 소득 영향을 고려해 2021년 1월 시행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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