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 다수의 프로젝트 중단으로 인한 고용불안, 신작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등 게임업계가 ‘내우외환(內憂外患)’ 악재를 맞았다. 일각에서 게임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되면 업계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학계·산업계가 모인 ‘게임스파르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위한 ‘풀뿌리 운동’ 시작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게임학계 및 산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게임스파르타’ 출범식을 개최하고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게임스파르타는 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 ‘6C51’로 지정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게임문화 저변 확대와 게임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풀뿌리 운동’ 개념의 단체다. 학계 관계자들이 모인 ‘아카데믹 길드’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모인 ‘크리에이티브 길드’로 구성됐다.

이날 아카데믹 길드장인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아카데믹 길드는 엉터리 논문·가짜 게임뉴스 등 팩트체크와 더불어 궁극에는 게임 관련 순기능을 전 국민께 알려드리겠다”며 “게임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미디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길드장인 진석환 게임개발자협회 실장은 “크리에이티브 길드는 ▲공대위 협단체분들과 많은 협업을 하게 될 정책팀 ▲게임질병코드 도입 관련 주요 인사를 분석하고 관련 협단체의 발표 내용을 모니터링하는 감시팀 ▲블로그, 카페, 유튜브, 커뮤니티 등 관련 정보를 찾아 정책팀과 공조하는 대응팀 등으로 구성됐다”며 “크리에이티브 길드나 아카데믹 길드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 실제로 만나기 힘든 점이 있어 공식 홈페이지를 활용해 활발하게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공대위 위원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아카데믹길드는 근거가 빈약한 엉터리 논문을 이용해 게임을 공격하는 행태를 검증할 예정이고, 크리에이티브길드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이자 꽃으로 불리는 게임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저지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현대경제연구원

◆ “질병코드 도입 시 셧다운제와 비슷한 시장위축 우려”

이날 위 교수는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규제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발간한 ‘주요 국가별 게임정책 및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논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게임규제로 꼽히는 ‘셧다운제’가 도입된 2012년 게임업체의 전반적 매출 감소 및 셧다운제 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게임 산업 자체가 위축된 바 있다.

특히 셧다운제 도입 이후 게임사는 PC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할 때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게임물이 아니면 일반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가진 게임에 셧다운제를 적용한 별도 버전을 개발해야 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내용으로 별도 버전을 개발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지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게임 산업은 전문 인력과 컴퓨터 등 기계만 있으면 게임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생산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데, 게임질병코드 도입이 게임 산업의 발달 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2013년 -0.3%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고, 수출 역시 2012년 이후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공대위는 이를 막기 위해 게임스파르타를 통한 풀뿌리 운동으로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저지하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위 교수는 “게임스파르타는 향후 질병코드 논란에 대응하는 활동을 담당할 중요한 조직”이라며 “특히 게이머들의 풀뿌리 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게임의 가치와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스파르타는 향후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해 ▲재미가 없어서 과몰입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드는 ‘6C51 소재 게임잼’ 개최 ▲대형 게임사부터 인디 개발자까지 참여해 언론인들과 함께 게임 산업 방향성을 토론하는 ‘굿게임 토론회’ ▲국내 게임 종사자들을 위한 기념일 ‘게임인의 날’ 제정 ▲사회 공익적 가치와 게임 순기능을 독려해 좋은 게임을 유도하는 개발 가이드라인 선언 ▲지스타(G-Star), 플레이엑스포(PlayX4) 등 각종 게임 행사와 연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게임스파르타 구상을 듣고 너무 비장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정도로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과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위기의식·고민·걱정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오늘 발대식과 토론회를 통해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단순히 반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논리와 아젠다를 선제적·적극적·공세적으로 제시해 국민들을 보다 폭넓게 설득하고 게임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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