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넘어 美·日·獨·英 시장 점유율 1위
2010년 태양광 사업 시작, 위기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 성장
고품질·고효율의 단결정 전지 ‘모노셀’ 주력 생산
‘태양의 후예’ 김동관 전무, 해외영업 진두지휘
계열사 건물에 태양광 발전 설비 적용, 환경 보호·에너지 절감

지난해 2월 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승연 한화 회장이 충북 진천군 한화큐셀진천공장에서 열린 일자리 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석연료의 고갈 위기에 따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전 세계에서 신에너지자원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풍력, 수력, 폐기물,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화두를 ‘전환’에 두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는 ‘302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 미국은 오는 2020년부터 신축 주택의 제로에너지 빌딩 건설을 의무화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신축 주택 및 저층 아파트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등 지방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에너지원은 태양광이다. 반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유지 보수가 간편하며, 무공해·무진장의 태양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등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태양광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항상 거론되는 기업이 있다. 바로 한화그룹이다.

화석연료 고갈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의 현실이다. 영국의 석유전문회사인 BP(British Petroleum)가 2013년 발표한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June 2013’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화석연료의 사용 가능 연한은 석유 54.2년, 천연가스 63.6년, 석탄 112년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신재생에너지’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지열, 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다. 고갈될 염려가 없어 지속적이고,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롭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 8개 분야의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 등 3개 분야의 신에너지, 총 11개 분야를 신재생에너지로 지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전북 군산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재생에너지 중 우리 정부가 중점 육성에 나선 분야는 태양광이다. 태양광 발전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태양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들지 않고,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데다, 태양전지의 수명이 20년 이상으로 길고, 자동화가 용이해 운영과 유지·관리 비용도 적다.

국제에너지지구(IEA) 태양광발전분과(PVPS)가 발표한 ‘2018년 글로벌 태양광 발전 장비 총량 TOP 10’에 따르면 중국, 미국, 인도, 일본, 터키, 독일, 호주, 한국, 영국, 브라질 등 10개국은 2017년 한해 동안 88GW가 넘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축했다.

GW(기가와트)는 10억W(와트)와 동일한 단위로, 1GW는 태양빛을 1시간 받으면 1GW의 전력을 생산하는 분량의 태양전지를 말한다. 1GW의 태양전지로 매일 1시간씩 1달간 전기를 생산하면 월 300KW의 전기를 사용하는 집 10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중 태양광 사업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현재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인 미국, 일본, 한국, 영국, 독일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큐플랫을 활용해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사진=한화그룹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셀 부문에서 세계 10위, 모듈 부문에서 세계 4위의 업체였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면서 태양광 시장에 뛰어든 2010년 업계에는 부정적 시각이 팽배했다. 실제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급속도로 악화된 태양광 업계 사정 탓에 2011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가시밭길을 걸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세이프가드로 한때 사업 존폐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잉곳과 웨이퍼를 정리하고, 셀과 모듈 사업 위주로 판을 다시 짰으며,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 한화큐셀&첨단소재, 한화솔라파워, 한화에너지 등 각 계열사별로 분업화해 효율을 극대화됐다.

태양광 가치사슬은 ‘폴리실리콘(원재료)-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원기둥)-웨이퍼(잉곳을 얇게 잘라 만든 판)-셀(웨이퍼로 만든 태양 전지)-모듈(셀을 이어붙여 만든 태양 전지판)-발전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폴리실리콘을 녹여 동그랗게 만든 것이 잉곳이며, 이 잉곳을 얇게 자른 게 웨이퍼다. 웨이퍼에 전극선을 붙여 전기를 흐르게 한 것이 태양전지인 셀이고, 셀을 여러 개 붙여 만든 게 모듈이다. 이 모듈을 이어 붙이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구축된다.

한화그룹은 현재 잉곳과 웨이퍼를 제외한 모든 분야를 직접 콘트롤 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첨단소재는 셀과 모듈을 맡는다. 루프탑 설치 및 태양광 발전소 개발·영업은 국내의 경우 한화솔라파워가, 해외는 한화에너지가 담당하는 구조다.

이러한 노력을 발판으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불과 1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관인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의 조사에 따르면, 한화큐셀의 2019년 1분기 미국 주택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27.0%로, 전년 동기 대비 15.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장 2위인 썬파워의 점유율은 10.7%, 3위 LG전자 10.2%에 불과했다.

영국 런던 시내에 설치된 한화큐셀 주택용 태양광 모듈. 사진=한화그룹

지난해에는 신재생에너지 강국 독일과 영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으며, 2017년에는 일본 시장에서 해외 업체 중 1위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1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한화그룹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던 배경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태양광시장이 긴 침체기를 겪는 동안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으며,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 속에서도 품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향후 5년간 이뤄질 총 22조원의 투자 중 9조원을 태양광 사업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세계 태양광 발전 산업은 고부가가치, 고효율 제품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태양광 사업이 국가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세계 각국은 가격보다는 품질에 초점을 맞췄고, 고효율의 태양광 전지인 ‘모노셀’을 생산하는 한화그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태양 전지는 크게 ‘결정질 태양 전지’와 ‘박막형 태양 전지’로 나뉜다. 박막형 태양 전지는 결정질 태양 전지보다 효율이 높지만 가격이 비싸고, 충격에도 약해 결정질 태양 전지가 가장 널리 쓰인다.

결정질 태양 전지는 ‘다결정 전지(멀티셀)’와 ‘단결정 전지(모노셀)’로 나뉜다. 멀티셀은 셀 안에 작은 실리콘 결정이 여러 개 들어 있는 전지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제품 가격이 저렴하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모노셀은 셀 전체가 하나의 실리콘 결정으로 이뤄진 전지로, 시판되는 태양 전기 가운데 효율이 가장 높지만, 가격이 비싸다.

다시 말해 멀티셀은 여러 개의 실리콘 결정이 들어가는 탓에 공정이 비교적 쉽고 저렴하지만 순도가 낮고 불규칙해 효율이 떨어지며, 모노셀은 순도가 높고 규칙적이기 때문에 공정이 어렵고 비싸지만 효율이 높다.

한화그룹은 멀티셀과 모노셀 모두를 생산하지만 모노셀 비중이 높다. 셀 생산을 담당하는 한화케미칼은 지난 2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태양광 셀 부문의 투자계획으로 멀티셀을 모노셀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모노셀 비중을 80%까지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나머지 20% 멀티셀도 모노셀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시장, 특히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던 데에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힘이 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사진=연합뉴스

김동관 전무는 ‘태양의 후예’로 불린다. 김 전무는 한화그룹이 태양광 시장에 발을 들인 2010년 그룹에 입사해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등에 근무하며 태양광 사업을 주도했다. 2015년 12월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한 뒤에는 거의 매월 해외 출장을 다니며 현지법인 등 해외 영업 전반을 챙겼다.

그 사이 적자이던 태양광 사업은 반등에 성공했다. 2015년 초 한화큐셀과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사가 세계 최대 규모 1.5GW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힘입어 2015년 2분기 흑자전환한데 이어 같은해 3분기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이후 일본과 영국, 독일에 이어 미국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데도 김 전무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화그룹은 중국산 저가 모듈 및 시스템에 맞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태양광 대여사업에 주택용 태양광 모듈과 부자재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가 지원하는 공동주택 미니태양광 사업에도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말까지 공동주택을 포함해 국내에 공급한 주택용 태양광 모듈 및 시스템은 약 240MW로, 약 8만3000가구다. 올해 말에는 누적 10만가구 이상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13일 충북 음성군 봉곡2리 마을회관에서 진행된 해피선샤인 캠페인 설비 준공식에서 한화그룹 관계자들과 봉곡2리 마을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마을 회관 옥상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해피선샤인 캠페인은 한화그룹이 주력사업인 태양광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과 녹색성장에 기여하고자 기획한 대표 친환경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이다. 사진=한화그룹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 유치에 성공한 ‘2019 서울 세계재생에너지총회(KIREC Seoul 2019)’도 공식 후원한다. 한화큐셀은 오는 10월 23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를 전후로 각종 홍보 활동과 함께 총회 추진을 위한 여러 협력 방안을 유관 단체들과 진행할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 건물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적용, 에너지 절감과 환경 오염 방지에도 힘쓰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홈 구장인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는 3루석 뒤편의 주차장 공간과 좌측 외야, 경기장 중앙 뒤편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시간당 135kW의 전력을 생산, 구장 전체의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막바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인 장교동 한화 본사 사옥 외벽 일부에는 태양광 패널을 적용, 친환경적인 효과는 물론 디자인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서울의 상징인 한화생명 63빌딩 별관 옥탑과 동편 벽면, 동편 램프웨이에도 발전설비를 갖추고 1일 최대 113KW의 전기를 생산 중이다. 특히 동편 동프라자 화단에 설치된 ‘솔라트리’는 태양광 모듈이 삽입된 나무 구조물이며, 서프라자 자전거 보관소에 설치된 발전시설은 보관소를 비추는 전등의 전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솔라트리는 갤러리아타임월드와 아쿠아플라넷 여수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은 옥상에 독립형 태양광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시스템을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낮에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한 뒤, 심야에 건물 외관을 연출하는 4330개의 LED 조명을 밝히는 데 사용하고 있다.

특급호텔 더 플라자 후면 외벽과 간판에도 태양광 모듈이 배치돼 있다. 총 96개의 모듈에서 전기를 생산, 19층의 객실과 공용구역에 사용 중이다.

이밖에도 한화인재경영원과 한화데이터센터, ㈜한화 기계 부문 공장, 한화케미칼 공장 물류센터도 태양광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한화그룹 장교동 본사 외관. 사진=한화그룹
<태양열과 태양광>

미래에너지원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태양에너지는 크게 태양열과 태양광으로 구분된다.

태양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라는 공통점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태양열과 태양광을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두 개의 에너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먼저 태양열은 말 그대로 태양의 ‘열’을 이용한 발전 방식이다. 태양열은 태양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열 즉 복사열을 말한다. 태양열 발전은 태양열로 물을 끓여 발생시킨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태양열은 온실가스 없는 무공해·무진장 에너지 자원이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계절과 시간 등 조건이 까다롭다. 또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켜야 하는 만큼 소형화가 어려워 설치 장소와 크기에 제약이 많다.

이 때문에 태양열은 주로 건물의 냉난방 및 급탕 등에 활용되는 데 그친다.

태양광은 ‘광’ 즉, 햇빛을 이용한 발전 방식이다. 금속 등의 물질에 일정한 진동수 이상의 빛을 비췄을 때,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인 광전효과에 의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발전 방식으로, ‘태양광 발전 모듈’을 이용해 빛을 직접 전기로 바꿀 수 있다.

별도의 발전기가 필요치 않은 태양광 발전은 부지 제약이 적다. 또한 태양전지의 수명도 20년 이상으로 긴 편이고, 자동화도 용이해 유지 및 관리 비용도 적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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