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높인다더니”…성과는 저조
퇴직연금 수익률 1%대에서 제자리걸음
낮은 수익률에 답답한 고객, 저축은행으로 눈 돌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중은행들이 날로 규모가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익률 제고 ‘본격’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

퇴직연금 시장은 금융권에서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특히 2022년에는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날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퇴직연금 적립액은 연 20조원씩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는 200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꼽으며 공을 들이고 있으나 수익률이 저조해 ‘쥐꼬리 수익률’이라며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은행들은 저조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퇴직연금 전문 사업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고객 맞춤형 서비스 및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지주 중 제일 먼저 지난 4월 퇴직연금 부서 개편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계열사별로 분리돼있던 퇴직연금 부서를 매트릭스 체제로 개편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도록 했다. KB국민은행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KB금융지주는 퇴직연금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자산관리(WM)부문 산하에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설치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각 계열사의 퇴직연금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지난달 연금기획부를 신설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지난달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해 고객별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해 고객 맞춤 컨설팅을 제공에 나섰으며 지난 6월에는 연금사업본부를 연금사업단으로 격상했다. 또한 고객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하나연금통합포털이라는 모바일 채널을 오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가장 중요한 수익률은 1%대에 머물러 있다. 은행연합회에 고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은행권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DB형 1.47% ▲DC형 1.68% ▲IRP 1.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저조한 수익률의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꼽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p 내린 1.50%로 결정했다. 퇴직연금 고객 대부분은 원리금이 보장돼 안정적인 대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에 몰려있는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수신금리가 낮아져 이러한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수익률 제고와 더불어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고객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률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넘보는 저축은행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하자 수익률이 2% 중반대인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한 고객 A씨(27세)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다. 가장 신뢰가 가는 1금융권 은행에서 상품을 가입했는데 저축은행 수익률이 더 높아서 고민이 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과 관련해 저축은행 중에서는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과 2위인 OK저축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BI저축은행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정보에 따르면 12개월 기준 이율은 DB형 2.5%, DC·IRP형 2.4%다. OK저축은행은 DB형 2.7%, DC·IRP형 2.5%로 나타났다.

SBI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 2월 기준 3000억원이었으나 지난달 말 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OK저축은행의 퇴직연금 규모도 6000억원 수준이며 그 밖의 대형저축은행들도 퇴직연금 고객 유치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에도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수신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규모도 작고 영업망도 적기 때문에 경쟁을 하려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내년 예대율 규제를 앞둔 저축은행들은 현재 수신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예대율을 내년 110%로 적용하고 2021년에는 100% 이하를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지금과 같이 여신 업무에 나서기 위해서는 수신 규모를 더 키워야 하기 때문에 수신을 유치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퇴직연금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 퇴직연금과 관련한 관심이 높다. 특히 대형저축은행 중심으로 관심이 높은 편이다”며 “일단 제휴영업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일손이 덜 들고 DB형의 경우에는 예금보험료 부담이 적다. 또 DC형 고객들은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성향이 있어 안정적으로 수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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