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이 부회장의 횡령액이 50억원을 넘기며 집행유예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상고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유무죄 부분을 포함해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최씨에게 정씨를 위한 34억1797만원 상당의 말 3마리와 정씨의 승마지원 명목으로 쓴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3484만원을 준 뇌물수수 혐의와 삼성 계열사들이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 승계작업을 위해 부정한 청탁을 한 제3자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와 함께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갔고, 영재센터 후원도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외에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액이 36억원으로 줄어들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날 대법원은 “뇌물로 제공된 물건에 대한 점유권을 취득하고 법률적 소유자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다면 그 물건을 뇌물로 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뇌물성을 인정했다. ▲최씨가 말이 삼성 명의로 된 것에 화를 낸 것,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말의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 등을 근거로 말 세 마리의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다고 봤다.

또 영재센터 후원이 삼성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었는지 여부에 관해 “부정한 청탁이 명확해야 한다고 인정하지 않은 원심(2심)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최소 비용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독일 코어스포츠에 용역대금을 송금한 것과 관련한 재산국외도피죄는 2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이 말 세 마리의 뇌물성과 영재센터 후원의 부정한 청탁 인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86억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앞서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뇌물공여액이 50억원을 넘지 않아 집형유예를 선고받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을,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부과된다. 뇌물공여액 만큼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도 인정되기 때문에 뇌물공여액이 50억원을 넘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만 가능하다.

이에 관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 무죄를 확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별개 의견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달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일로 많은 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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