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교통사고 ↓…이륜차 사고 ↑
기본등급과 할인등급만 존재…무사고 운전자들이 부담 떠안아
할인할증제도, 비싼 보험료 개선해야 지적
금융당국 “부작용 없이 제도변경 위해 내부 논의 중”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회원들. 사진=연합뉴스

전반적인 교통사고 감소 추세와는 반대로 오토바이 사고는 급증함에 따라 이륜차 보험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륜차 보험의 할인·할증제도와 비싼 보험료의 개선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9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는 0.4%, 사망자 수는 9.7%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추세와는 달리 이륜차 교통사고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3%, 사망자 수는 1.1%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2018년 사이 6만6250건의 이륜차 교통사고로 2037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매일 36건의 사고로 1명이 사망한 셈이다.

공단은 이륜차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주원인으로 신호위반·과속 등 난폭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등 안전의식 미흡을 꼽았다.

◆인도·횡단보도 주행, 신호위반 등 이륜차는 도로 위 무법자

이륜차의 난폭운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쑥불쑥 인도를 침범해 주행하는 것은 물론, 횡단보도를 건너는 수십명의 행인들을 이리저리 피해 주행하거나 신호위반,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이륜차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이륜차가 인도를 주행하다가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인도 침범으로 인한 중과실 사고로 취급돼 최대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처벌이 내려진다. 그러나 단순히 인도, 횡단보도를 주행하는 위반 시에는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돼 실효성 여부는 물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배달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배달앱 소속 노동자는 “배달 주문이 집중되는 시간대와 그렇지 않은 시간대의 편차가 커 배달 주문이 많을 때 한 건이라도 더 배달을 하려면 난폭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500원을 받는 배달 노동자의 경우 주휴수당이 보장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만큼을 벌기 위해서는 1시간에 5개 이상의 배달을 수행해야 하고 기름값, 차량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6~7개 정도는 해야 최저임금노동자와 비슷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륜차 보험, 역할 제대로 하고 있나

생계를 위해 배달 노동자들이 도로 위 무법자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는 이륜차 보험의 가입률은 낮은 수준이어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이륜자동차의 책임보험 가입률이 43.3%에 그친 것이다.

이륜차 보험은 2012년부터 50cc 이하 소형 이륜차까지 보험가입을 의무화했지만 미가입 시 10일 이내 9000원, 10일을 초과한 경우 1일 초과시마다 1800원이 부과되며 최고 30만원에 불과해 보험가입을 유도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가입률이 저조한 또 다른 이유는 비싼 보험료가 꼽힌다. 배달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의 보험료만 대략 250~400만원에 이르러 생계형 배달 노동자들이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실정이다. 당국의 이륜차 보험 가입 의무화가 무색한 보험료 수준이다. 여기에 자기신체손해 담보까지 보상받는 종합보험에 가입하려면 500~700만원에 육박하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배달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보험료 현실화를 촉구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산재보험 가입, 블랙박스 장착, 안전교육 이수, 조합가입 등을 하면 보험료를 낮춰주는 혜택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륜차 보험의 할인할증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이륜차의 할인할증등급은 기본등급(11등급)과 할인등급(12~16등급)만 적용(할증등급인 1~10등급은 미적용)하고 있어 사고 다발자의 경우, 모두 기본등급이 적용돼 위험에 맞는 보험료 산출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선량한 무사고 가입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이륜차 보험이 사고를 일으킨 이륜차 운전자에 대한 패널티가 없어 도로 위 난폭한 이륜차 운전자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일반 자동차처럼 할인할증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일반 자동차와 같은 할인할증제도를 도입하면 빈부의 격차처럼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말에 여가활동으로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교외로 나가 주행을 즐기는 계층과 생계를 위해 비교적 저렴한 이륜차를 모는 계층의 손해율이 같을 수 없다”면서 “지금도 배달용 이륜차의 보험료가 비싸 가입률이 높지 않은데 사고 시 개인에게 할증을 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배달용 이륜차의 보험료가 더 높아져 생계형 이륜차는 보험료에 대한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뚜렷한 내용 도출된 것 없어

시급히 대안을 내놔야 할 당국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뚜렷한 대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떻게 변경될지 구체적인 내용이 도출된 것은 없다”면서 “이륜차의 할인할증제도를 부작용 없이 변경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관리법이나 이륜차 관리 등록제 등 이륜차에 대한 법제화가 같이 이뤄져야 안정적으로 보험제도가 운영될 것이라는 인식은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통상 등록제로 운영하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는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최초 사용신고 후 양도·양수 등 이륜차의 소유자 관리나 구조변경 등에 따른 안전관리체계가 미흡한 점 등 보험제도와 이륜차에 대한 법제화를 병행해 같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뾰족한 다른 방안이 없는 이상 단기적으로라도 이륜차 보험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전속성’을 충족하지 못해 산재보험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배달원의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수단으로 이륜차 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단순히 배달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사회보험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이륜차와 보험회사 모두 가입과 인수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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