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민아 기자

최근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가장 큰 화두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다. 해당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합동검사까지 번졌다. 이에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일부 증권사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발행·제조·판매 과정에 연루된 증권사들에 대해 차례로 검사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은행에 비해 판매액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일부 증권사는 리포트를 내고 DLS·DLF 사태의 핵심에 서 있는 은행의 지주사를 선호 종목으로 제시하기까지도 했다.

지난 20일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매수의견을 제시하며 단기 선호종목으로 이들 기업을 꼽았다. DLS 이슈 등이 투자심리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에서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도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라도 단기 반등 국면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도 ‘아쉬운 금리연계형 DLS 사태’란 제목으로 보고서를 내고 내부통제시스템 관련 노이즈(기관조치)와 더불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불완전판매에 따라 일부 배상비율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태가 큰 이슈로 불거진 탓에 거래건별로 전수조사 및 일부 배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증권은 하나금융지주를 탑픽으로 제시했다. 해당 사태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은행 섹터 손실은 제한적이고 최근 금리하락과 DLS 사태로 주가가 상당 부분 하락했지만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경기 악화 등 대내외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매도 의견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영업점을 두고 있는 47개 증권사의 투자등급 비율 평균은 매수가 79.2%를 차지했다. 중립(보유)은 15.9%, 매도는 4.8%에 그쳤다. 일부 국내 증권사는 매도가 0%인 곳도 있었다.

이미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 리포트는 신뢰를 잃은 상태다. 일부 증권 커뮤니티에서는 “증권사 추천종목 반대로만 가면 수익을 얻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그런 가운데 최근 증권업계에는 리포트 유료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KB증권 등이 올해 리서치자료 판매 업무를 신고했다. 이들은 당장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리포트 유료화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올해 두 개 증권사가 관련 업무를 신고하면서 업계에 유료 리포트가 정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리포트를 유료화하면 과연 팔리느냐다. 최근 만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이지만 자사에서 나오는 리포트도 잘 읽지 않고 고객에게 종목을 추천할 때 참고하지도 않는다”는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직원조차 신뢰하지 않는 리포트에 돈을 지불하고 구매할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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