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 만기 ‘코앞’인데
금리 반등 기미는 ‘깜깜’
고객 “원금손실 관련 내용 들은 적 없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서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판매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파생결합상품 중 이와 연계된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지난 23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고발했다.

◆금리 ‘하락세’에도 은행은 “원금손실 가능성 0%”

우리은행은 3월부터 5월 사이에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를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해당 상품은 만기가 6개월로 독일국채 금리가 –0.20%보다 높으면 원금에 연 4.20%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반대로 국채금리가 –0.20% 아래로 내려가면 0.10%p 하락할 때마다 원금이 20%씩 손실돼, 국채금리가 –0.70%까지 떨어지면 원금은 100% 손실된다.

지난 23일 키코 공대위가 공개한 유경PSG자산운용의 ‘판매사 사내용’ DLS 설명서에 따르면 해당 펀드의 위험등급은 6등급 중 1등급으로 ‘매우 높은 위험’이라고 적혀있다. 유경PSG자산운용은 DLS를 펀드로 담아 운용한 운용사로 해당 설명서는 우리은행과 같은 판매사에 상품을 설명하기 위해 제작됐다.

유경PSG자산운용사는 설명서에 “과거 스트레스 시장상황 및 향후 전망을 고려할 경우 독일국채 금리 하락 가능성이 있으며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원금 100% 손실 가능”이라고 적시했다.

우리은행에서 PB들에게 공유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 설명서. 사진=키코공동위원회

반면 우리은행은 독일국채 금리가 –0.20%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드문 것으로 분석했다고 파악된다. 우리은행이 내부적으로 만든 독일금리 DLF 설명서를 살펴보면 백테스트 결과 만기상환 확률은 100%, 원금손실 가능성은 0%라고 나와 있다.

이는 2000년 이후 독일국채 10년물 최저금리가 –0.186% 아래로 떨어진 적 없었던 과거의 데이터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DLF 판매에 나섰던 3월경 독일국채 금리는 암울한 경제성장 전망에 하락세를 이어갔다. 3월 초 국채금리는 0.10%를 하회하기 시작했으며 3월 말에는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기도 했다.

DLF판매를 지속했던 5월에는 국채금리가 0%대에서 계속해서 하락해 31일 –0.20% 아래로 떨어졌다.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15일에는 국채금리가 원금 100% 손실 구간인 –0.7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판매했던 파생 상품들은 조기상환도 됐고 문제가 없었다”며 “그런데 5월 말 전례없이 독일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독일국채 금리 연계 DLF의 원금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이렇게까지 금리가 하락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불완전판매’ 주장…우리은행은 ‘TF팀’ 구성

올해로 65세인 A씨는 지난 5월 말 우리은행 천호지점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독일국채 금리 DLF 상품을 추천받아 1억원을 투자했다.

A씨는 “나는 원래 예금자보호가 5000만원까지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돈을 5000만원씩 분산해서 관리한다. 그런데 우리은행 직원이 금리가 높은 상품이 있으니 그걸로 가입을 시켜주겠다고 연락이 와서 1억원을 들고 가서 가입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해당 상품이 펀드상품이라는 설명은 계약 직전에 들을 수 있었다. A씨가 서류에 서명을 하기 직전 PB로부터 독일국채 금리와 연동되는 상품이라고 들은 것이 A씨가 들은 상품 설명의 전부였다.

A씨는 “이 상품이 펀드라는 것은 은행에서 상품 가입 서류를 주면서 싸인을 하라고 할 때 알려줬다. 독일국채 금리가 연계된 펀드라고 하더라”며 “그 외에는 설명도 제대로 못 들었다. 직원도 설명할 시간도 없이 가입 서류에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에 싸인을 하라고 해서 싸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금손실이 100%까지 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독일이 망하겠냐면서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A시는 본인이 가입한 DLF가 어떤 상품인지, 원금이 보호가 되는 상품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선진국인 독일이 망하지 않는 이상 손실을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최근 우리은행을 향해 A씨의 사례와 같은 DLF 불완전판매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고객 투자성향 분석을 위한 설문을 PB가 임의로 작성하거나 투자성향 분석 결과를 무시하고 DLF를 판매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 가입 이후 해피콜로 고객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됐다”며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성실히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은행에서 TF팀을 구성하고 고객들의 민원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본사 직원들을 현장에도 배치했다. 독일국채 금리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8월 초부터 본사 차원에서 10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TF팀을 운영해 고객들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고객에게 신속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현장지원반을 별도로 구성해 PB와 본사 직원들이 함께 고객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DLF사태를 계기로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를 강화하고 자산 관리 영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 손질을 추진 중이다. 직원들이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상품을 판매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상품 선정시 외부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투자상품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해보는 등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의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지난 5월 31일을 기점으로 국채 금리가 -0.2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금리가 -0.20% 이하인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사진=인베스팅닷컴

하지만 이러한 은행 차원의 대응에도 독일국채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 대규모 원금손실은 불가피하다.

DLF 만기가 도래하는 다음 달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독일국채 금리가 –0.20% 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뿐더러 단기간에 국채 금리가 상승할 만큼 독일 경기가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독일 장기 국채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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