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순이익 30% 넘게 급감…증시 부진 ‘직격탄’
사업 다각화 부진에 솔브레인 사태까지 부담 가중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사진=키움증권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던 키움증권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렸다. 증시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2분기 실적이 쪼그라들었고 최근 각종 악재까지 이어지면서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2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은 전년 동기(608억원)보다 38% 감소한 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335억원)와 비교하면 72%나 급감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직전분기(1608억원)보다 72%, 전년 동기(689억원)보다 34% 감소한 453억원으로 나타났다.

PI(투자운용) 부문의 적자 전환과 리테일, 홀세일 부문의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2분기 PI부문 영업수지는 -290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됐다. 2분기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해 주식 및 메자닌 투자건 평가손실이 발생한 영향을 받았다.

홀세일 부문 역시 전분기(176억원) 대비 6% 감소한 165억원을 기록했고 리테일 부문은 전년 동기(935억원)보다 2%, 직전분기(998억원)보다 8% 줄어든 914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상반기 부진했던 증시의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반도체 경기 악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는 주저앉았다. 27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1924.60, 코스닥 지수 588.32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각각 16.24%, 26.29% 떨어졌다.

지수가 떨어지면서 거래대금도 감소했다. 최근 한 달(7월 26일~8월 26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8조8428억원으로 올해 1분기 일 평균 거래대금(9조4300억원)과 비교하면 소폭(-6.23%) 감소했다.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사업 부문 중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직격탄을 입었다. 리테일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실적이 쪼그라든 것은 부진한 증시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별도 기준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33.5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부진한 수치다. 이들 증권사는 IB, 해외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며 수익 다각화에 성공했다.

이에 키움증권은 몇 년 전부터 사업 다각화에 사활을 걸어왔다. 증시 상황에 따라 실적이 널뛰는 것을 방지하고 보다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공격적인 신사업 확대와 달리 성적표는 우울한 상황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5월 예비인가를 받는데 실패했고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도 탈락했다. 하이자산운용·하이투자선물 인수전에서도 홍콩계 사모펀드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악재도 발생했다. 솔브레인의 일부 주주들은 키움증권의 잘못된 레포트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코스닥 상장기업인 솔브레인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소재 국산화로 인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달 기준 솔브레인 주가는 장중 최고 8만원 대까지 치솟았다. 일본과의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5월 말 기준 솔브레인 주가는 4만4000원대였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키움증권이 솔브레인이 일본 수출 규제로 얻을 반사이익이 제한적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면서 주가는 급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불화수소는 가수와 액체의 두 종류가 존재하는데 액체는 국산화가 일정 부분 진행되고 있고 가스는 여전히 외산 비중이 높은 상태다”며 “솔브레인은 액체 불화수소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외산 비중이 높은 가스 불화수소와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후 키움증권은 솔브레인의 요구를 반영해 보고서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

솔브레인의 일부 주주들은 키움증권의 보고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1일 키움증권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시세 조종죄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9일에는 키움증권의 솔브레인 담당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의 3분기 실적도 어두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투자손익 관련 부문들이 부진하면서 2분기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3분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3분기 주식시장은 코스닥시장 위주로 크게 하락할 것이다”며 “키움증권의 실적은 주식시장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PI 부문에서 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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