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농협 조합장, 조합원 돈 빌려 불법 도박한 혐의로 경찰 조사
최다선으로 유명한 안동농협 조합장은 검찰 송치
농협중앙회 “기존 감사 시스템 강화 노력”

농협중앙회. 사진=파이낸셜투데이

농협중앙회가 비리를 청산하고 청렴한 농협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전국 각지 지역 농협 조합에서는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의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농협의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리 행위에 몸살 앓는 농협 조합

충북 음성농협은 조합장의 불법행위가 문제 되고 있다. 음성농협 조합장은 지난 몇 년간 조합장의 지위를 이용해 조합원과 농협 직원들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빌려 지속적으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조합원 A씨가 지난 4월 2016년 1월경 조합장이 불법 도박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음성농협 조합원 A씨는 “조합원들한테 빌린 돈만 3, 4억 될 거다. 조합장은 그 큰돈을 조합원이랑 농협 직원들한테 빌려서 도박으로 다 날렸다”며 “빌렸다지만 사실상 돈을 다 날려 갚을 수 없으니 갈취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그리고 돈을 빌릴 때 본인이 직접 빌리기도 했지만 꽁지 계좌를 통해 돈을 빌려 도박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명 ‘꽁지’는 도박장에서 도박꾼들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사람을 이른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음성농협 조합장은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린 뒤, 해당 돈을 꽁지의 계좌를 통해 전달받아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음성농협 조합장을 경찰에 고발한 조합원 A씨는 “경찰에 고발하기 전 수차례 농협중앙회에도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어 경찰에 고발을 한 것이다”며 “그런데 8월 초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이후 농협중앙회로부터 경찰 조사가 진행돼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분명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중앙회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왜 그때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음성농협 조합장은 농협 직원을 시켜 임의로 조합원의 계좌를 살펴본 혐의로도 지난 6월 고발당했다.

A씨는 “조합장이 농협 직원을 시켜서 조합원 계좌를 열어본 사실도 직원을 통해 알게 됐다. 그래서 두 달 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떠한 것도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고발 내용에 대해서는 고발을 한 조합원분께 여쭤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농협은 조합장이 지난 6월 경찰에 송치되며 조합장 비리가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안동농협 조합장은 6선으로 전국에서 최다 선출된 조합장으로 손꼽히며 오랜 기간 안동농협을 이끌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안동농협 조합장은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와 생강출하조절 센터 고가 매입, 조합장 및 간부들의 자녀 학자금 부당 지급, 농협 임원 폭행, 불법 선거운동,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의 비리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에 지난 4월 시민단체 활빈단 및 일부 조합원들은 안동농협 조합장 사퇴 및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안동농협 조합장은 피해자 회유와 증거 은폐의 우려가 크다”며 “검찰과 경찰은 조합장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동농협 조합장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안동농협 임원들에게 피복비로 지급한 업무상 배임과 불법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다만 성폭행 및 생강출하조절 센터부지 고가매입, 임원 폭행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비리 근절 약속했지만…“기존 시스템 강화” 수준

지역 농협의 비리 행위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농협중앙회는 내부적인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비리 사건에 대해 경찰 및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 개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가 완료된 이후 중앙회 차원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반복되는 비리 행위 사전에 근절하고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는 시스템 개선보다는 기존에 수행하고 있던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실 준법 감사 시스템 등은 이미 다 구축이 돼 있다. 그러한 시스템이 없는 것이 아니다”며 “주기적으로 감사도 하고 내부적으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비리 사실이 발견됐을 때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리가 발생했을 때 검찰 및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 그것을 토대로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한다”며 “가시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적인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리를 막기 위해 기존에 수행하고 있던 부분들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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