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8이 열린 부산 벡스코. 사진=지스타

지스타 출범 후 매년 대량의 게임을 출품해온 넥슨이 올해 처음 빠진다. 길어지는 게임 업계 불황에 국내 최대 규모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의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 지스타는 게임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를 보러 가는 행사 아니냐는 말도 나올 정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지스타 2019’에 불참하기로 하고 주최 측에 통보했다. 넥슨은 지난 2005년 첫 지스타부터 지난해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지스타에 참가해왔다. 지난해에는 참여 업체 중 최대인 300부스 규모로 신작 14종의 게임을 출품했다.

그동안 지스타는 점점 흥미를 끌 수 있는 신작 게임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전시회’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콘솔게임 비중이 낮은 한국에 콘솔게임을 주로 개발하는 해외 대형 게임사들의 참여도 저조했다. 특히 지스타는 대표적인 국제게임전시회로 꼽히는 미국의 ‘E3’,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와 중국 ‘차이나조이’보다 전시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불참하는 국내 게임사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엔씨소프트는 2016년부터 지스타에 불참해왔고, 지난해에는 스마일게이트·위메이드·컴투스 등의 게임사들이 B2B 관에만 부스를 운영했다. 이번 지스타는 매년 대량의 게임을 출품했던 넥슨이 불참하면서 해볼 만한 게임은 더 적을 전망이다.

특히 지스타는 2016년부터 모바일게임 비중이 점차 높아졌고, 2017년에는 e스포츠, 2018년에는 스트리머·BJ·유튜버 등 인플루언서 위주로 구성됐다. 사실상 게임을 보러 가는 것보다는 인플루언서와의 팬미팅이나 e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러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지스타 B2C 관에서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메인 스폰서였던 에픽게임즈의 부스에서 포트나이트 프로게이머가 출전한 이벤트 매치가 열리는 동안 맞은편에 위치한 트위치 부스에서 유명 인플루언서가 팬미팅을 진행했을 때는 두 부스 사이에 인파가 쏠려 통행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또 중소게임사의 참여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지스타에 참여한 중소게임사는 ‘커츠펠’을 출품한 코그(KOG)와 ‘히어로칸타레’를 선보인 엔젤게임즈 정도가 전부였다.

이외에도 지스타는 매년 중국 게임사들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중국 게임사들의 한국 진출 발판이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지난해 지스타에는 X.D.글로벌이나 미호요(miHoYo) 등 중국 게임사들이 대규모 부스로 참여했다. 올해 지스타 B2C 부스가 조기 마감된 것도 중국 게임사들의 참여가 증가한 영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지스타 사무국 관계자는 “B2C 부스가 조기 마감되면서 대기 신청 중인 업체들이 있어 넥슨이 빠졌어도 빈 곳은 없을 것이다. 오는 9월 4일 기자간담회 및 참가사 설명회를 통해 참여 게임사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참가사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지는 직접 결정하는 것이고, 스트리밍에 관련된 콘텐츠도 게임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게임사 관계자 A는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실시간으로 이용자와 소통하는 채널이 중요해졌다”며 “지스타가 정체성을 잃는다기보다는 현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변화해나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 B는 “국내 게임 업계는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문제나 모바일게임 비중이 큰 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이 대형게임사 위주로 쏠리면서 중소게임사가 겪는 어려움 등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신규 IP가 부족하다면 e스포츠 등으로 기존 IP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해외 게임사들도 신작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기존 IP 후속작이나 리마스터 등에 집중하는 추세로 신작 게임 기근은 전 세계 게임 업계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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