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정희 기자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 판매로 시끄럽다. 수천억원대의 원금손실이 우려되고 있으며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금리 연계형으로 판매된 파생결합상품(DLS·DLF) 판매잔액은 지난 7일 기준 총 8224억원으로 집계됐다. 그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판매잔액이 각각 4012억원(48.8%), 3876억원(47.1%)을 차지하며 해당 상품이 이들 은행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된 것이 밝혀졌다.

업계에서는 두 은행이 DLS·DLF를 적극적으로 판매한 이유로 비이자이익을 꼽고 있다. 고객들은 원금손실이 예상되지만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약 1% 수준의 수수료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8224억원 중 7239억원(88%)이 손실 구간에 진입하자 상품 설계와 제조, 판매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이는 DLS·DLF 판매와 관련해 모든 과정에서 실책이 드러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제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국채금리 하락이 예상될 때, 국내에서 팔린 DLS·DLF는 금리가 상승하면 4~5%의 이자를 받고 금리가 하락하면 수백배의 원금손실을 입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반면 유럽에서는 금리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상품이 많이 팔리면서 수익을 봤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실책은 판매 단계에서 두드러진다. 금리가 하락하면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는 고위험 투자상품을 개인에게 무리하게 팔아치웠다. 전체 판매잔액 중 7326억원(89.1%)는 3654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투자자 한 명 당 2억원 가량을 투자한 셈이다.

특히 불완전판매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이 안정적인 투자성향의 고객에게도 DLS·DLF를 추천하는가 하면 원금손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고지하지 않고 4~5%의 수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브랜드와 직원의 이야기를 믿고서 덜컥 투자를 결정했다가 수익은커녕 원금마저 까먹게 생겼다며 고객들의 원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본사 차원에서 DLS·DLF를 강하게 판매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21일 경영진을 향해 금리연계형 DLS·DLF 사태에 꼬리 자르기로 대응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글로벌과 디지털만 내세우는 행장과 경영진은 현 사태를 돌파할 의지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가? 과연 이 문제가 권유한 직원과 권유상품을 선택한 고객만의 책임인가?”라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정황까지 나온 이상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도덕적해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더불어 손실위험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일선 직원과 실적 압박을 준 본사는 실책을 인정하고 경영진 차원의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투자자들 역시 투자상품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지 않고 덜컥 거액을 투자한 것은 큰 잘못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하나’와 ‘우리’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은행은 신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금융권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비판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만큼 두 은행은 그 책임을 무겁게 여기고 ‘재발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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