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마지노선 붕괴, 시장 불안감 증폭
화이트리스트 배제보다 미중 갈등이 국내 증시 변동 야기
증권업계 “미중 무역분쟁이 가장 큰 이슈”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와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신음하던 국내 증시가 최근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에 회복세를 보였다.사진=연합뉴스

각종 악재로 침체를 겪던 코스피와 코스닥이 간신히 암흑을 벗어났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일을 앞둔 가운데 들린 반가운 소식이다. 이에 증시 부진에 미치는 일본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코스피는 7개월 만에 종가 기준 2000선 이하로 떨어졌다. 전 거래일보다 22.03(1.09%) 내린 1995.31로 장을 시작해 장중 한때 1989.64까지 하락하고 1998.13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급락했다. 이날 종가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15(2.56%) 하락한 1946.98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45.91(7.46%) 내린 569.79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이날 오전 2시 9분 12초에 한국거래소는 3년 1개월여 만에 코스닥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코스닥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보다 6%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매매를 5분간 정지하는 제도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6% 넘게 급락했다.

같은 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만에 50조원에 달하는 시총이 증발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 거래일(1331조7000억)보다 2.52% 감소한 1298조2000억원으로 하루만에 33조원이 넘는 금액이 사라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시총 197조9000억원으로 전 거래일(212조5000억원)보다 15조7000억원이 줄었다 .

증권가에서는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악화된 대내외 상황을 지목했다. 일본 정부가 각의를 열고 한국을 수출 우대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한일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9월 1일부터 나머지 3000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10%의 소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며 “여기에는 이미 25%의 관세를 부과한 2500억달러의 상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미중 무역분쟁 긴장감이 높아졌다.

20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회복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196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은 11거래일 만에 600선을 탈환했다.사진은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증시 부진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히려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된 이유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이다”며 “미국 금리인하 이후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와 미중 무역분쟁 격화,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부과 가능성 등이 글로벌 위험자산 약세, 안전자산 강세를 뚜렷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야기한 것은 맞고 한일 무역갈등이 국내 투자심리에 일정부분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며 “하지만 한일 무역분쟁을 국내 금융시장 등락의 주된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발표는 우리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우려가 커지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함께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2일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세를 보였으나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기준 한국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5%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11%), 중국상해지수(1.41%), 홍콩항셍(2.35%) 등 주요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적은 하락폭이다.

손 부위원장은 지난 6일에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현재 금융시장에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과도한 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해 당장 전반적인 금수조치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은 회복세를 보였다. 20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35(1.05%) 오른 1960.25를 기록해 1% 넘게 올랐다. 코스닥도 12.36(2.08%) 오른 607.01로 600선을 탈환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규제 유예조치를 오는 11월 18일까지 90일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를 통해 미중 간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는 추측이이 제기된 탓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시행일이 9일 앞둔 상황에서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결국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이 증시 회복을 주도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일본과의 갈등보다는 미중 무역분쟁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중요한 대내외적 이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었다”며 “이를 1순위 이슈로 두고 브렉시트 논란, 한일 갈등 등이 후순위 이슈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에는 홍콩 시위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며 “한일 무역갈등이 새롭게 등장한 이슈라 어느 정도의 관심은 가져야 하겠지만 우선순위는 미중 갈등을 두고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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