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 행정부의 대중(中) 관세 조치 실시에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 내지 않는 삼성전자와 경쟁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애플은 제품 상당수를 중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10% 관세를 적용받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애플 경쟁에 개입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CNBC·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애플은 관세를 부과받는데 삼성전자는 관세를 내지 않아 경쟁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은 한국에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내지 않는데, 관세를 내는 애플이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팀 쿡 CEO가 매우 강력한 주장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진행된 상하이 협상이 성과를 얻지 못하자 오는 9월 1일 30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은 10%의 추가 관세를 내야 한다. 애플워치·에어팟 등은 9월부터 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일부 품목 관세 부과를 연기해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은 12월부터 관세를 낸다.

이에 애플은 미 행정부에 지난달 18일 자사 제품에 쓰이는 중국산 부품에 보복관세를 적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는 없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점유율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은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2.3%의 점유율로 1위, 애플은 11.1%로 3위를 기록했다. 2위는 17.2% 점유율의 화웨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3일 ‘갤럭시 노트10’ 출시를 시작으로 9월에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 A90’을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당초 예정된 출시 일정을 뒤로 미뤄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를 11월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올해 출시 예정인 5G 모델이 없다. ‘아이폰11’, ‘아이폰11R’, ‘아이폰11프로’ 등 LTE 모델만 오는 10월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전망이다. 앞서 한국의 휴대전화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 발효로 무관세 품목으로 지정받았고,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FTA 재협상 당시 관세 부과 검토 대상에 올랐으나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움을 호소한 애플의 말을 듣고 특정 품목 관세 면제 등의 방식을 검토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에 투자를 종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비슷한 행동을 취한 적 있다. 2017년 초 트위터에 삼성전자가 미국 내 세탁기 공장을 세운다는 보도를 보고 “땡큐 삼성”이라는 트윗을 올리거나, 지난 6월 말 방한 당시 한·미 주요 기업인들을 만났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일으켜 세우고 칭찬하면서 “지금보다 대미(美)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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