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수람 기자

건설산업에서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열악한 고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미래산업과 좋은일자리 포럼’이 주최하고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한 ‘건설산업 고령자 취업실태와 정책과제 토론회’가 진행됐다.

서형수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올 2분기 기준 전체 취업자 2726만명 중 203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는 전체 취업자 대비 7.4%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타 산업 대비 고용유발 계수가 크고 단일업종으로는 고용비중도 큰 대표적인 일자리 산업임에도 여전히 임시일용직 비중이 60%에 이르는 등 비정규직 비중이 매우 높다. 이뿐만 아니라 전근대적인 다단계 하도급 주고의 폐해와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있다.

발제를 맡은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문위원은 고령자만을 위한 별도의 해법을 찾는 것보다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접근방법을 제시했다.

심 전문위원은 “건설현장 숙련인력은 60대 이상이 다수다. 이들은 건강진단 비용 개인 부담, 외국인력의 내국인력 대체 등 노후 불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며 “이는 과도한 노무비 삭감에 따른 것이다. 제 살 깎기 식의 저가 수주 경쟁으로 작업팀을 감축하거나 무리한 공기 단축, 외국인력 대체 등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현장 내국인의 일자리 감소, 노동강도 강화, 품질저하 및 산재 증가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사진=배수람 기자

심규범 전문위원에 따르면 각각의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공사비 부족은 일자리 확보를 위한 임금삭감 경쟁 때문이다. 심 전문위원은 결국 임금삭감 억제 장치를 두지 않으면 입찰제도만의 변화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결방안으로 심 전문위원은 적정임금제 도입 및 원가방식에 의한 공사비 산정으로 정상적인 선순환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이어 퇴직급여제도 적용 확대 등 단순 노후대책 차원이 아닌 고용복지정책 차원에서 유기적인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공사비 부족으로 인한 내국인 일자리 위협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건설공사 품질은 근로자들의 숙련도에 의해 좌우되는데 젊은 인력 유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사회발전과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커지는 것도 원인이다”고 지목했다.

이어 국내 건설기업의 경영여건은 최근 10년간 지속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수익성 악화는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여력 상실 등 건설산업 경쟁력 기반 붕괴를 야기하고 시설물 품질 저하 및 각종 안전사고 증가, 임금체불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준현 본부장은 “적정임금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일자리가 없으면 이는 공허한 제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으면서 업체와 근로자 모두 이익이 되는 구조가 어떤 것인지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며 “건설기능인 육성 및 청년층 유입을 위해서는 관련 교육·훈련 및 기업맞춤형 현장교육, 취업 지원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퇴직급여보장법은 전 산업에 적용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건영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적정임금제가 소득주도성장의 모범사례로 꼽히는데 최근 2년간 모든 산업에 적용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중소사업자 및 소상공인을 어렵게하고 일자리 질을 악화시킨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자격, 학력, 경력, 숙련도 및 수급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정해져야 할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건설업만 다른 형태로 강제화할 경우 인건비 지출과 고용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건설산업의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별 근로자 차원이 아니라 산업차원의 접근 방식을 통해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퇴직공제 등 사회보장 혜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건설업 발주자 납부방식의 전면도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현장의 목소리도 담겼다. 현석호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고령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고령자 및 전체 건설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감소해 일자리 문제로 노동자들끼리 폭력사태도 불거지는 실정이다.

현석호 정책실장은 “나이가 들어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제방안이 필요하다”며 “건설 일자리 취업망 확대 및 재편, 직접 시공제 확대로 고용안정성 확보, 현장 관리 감독을 강화해 불법고용을 근절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건설부문에서의 외국인력 고용 제한 등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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