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얼어붙은 주택시장, 분양가상한제로 녹이려면
[기자수첩] 얼어붙은 주택시장, 분양가상한제로 녹이려면
  • 배수람 기자
  • 승인 2019.08.14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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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수람 기자
사진=배수람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장 제도 도입에는 무리가 있을 거라는 관측이 오갔으나 국토교통부는 12일 예정대로 상한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서울 집값의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못 박은 셈이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완화 조치를 10월까지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를 거쳐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정해지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가시화되자 업계에서는 일제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한제를 강행하면서 불거질 부작용을 우려한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 가격을 규제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뿐이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2007년 도입됐던 분양가상한제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과거 전국에 동시 적용했던 분양가상한제와 달리 이번에는 투기과열지구 등 시장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일부 지역을 타깃으로 삼았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지방 주택시장을 제외하고 여전히 투자수요가 꿈틀대는 강남권 일대를 정조준한 것이다.

지정 필수요건으로는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변경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관리처분계획인가 시점’에서 ‘최초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규제의 폭을 넓혔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전매제한기간도 인근 주택의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5~10년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상한제 시행으로 평균 분양가격을 현재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확실히 단비 같은 소식이다. 청약가점이 높거나 특공 대상인 무주택자의 경우 지금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그림의 떡’이었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정부의 이 같은 가격 통제로 전반적인 시장 가격 하락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시장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대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그 점에서 무주택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분양가상한제 개선방안 발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민간택지에 상한제가 적용되면 연내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6만여가구가 영향권에 든다. 속도가 붙은 사업장의 경우 10월 이전에 분양 승인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상한제를 피해 조금이라도 더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우회로를 고민하는 단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 수익성을 차치하더라도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떠안아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사업을 제때 추진하지 않으면 신규공급이 더디게 이뤄질 터. 이들 단지가 사업을 주저하면 할수록 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 위축이 주택 공급량 감소까지 야기할 수 있다. 결국 무주택자에게 더 많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상한제가 되레 이들의 발목을 붙잡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만큼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평가는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도 엇갈린다. 논란 속에서도 정부가 해당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것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대하고 싶다.

눈앞의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 때리기 일환의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시장 내 여러 이해관계자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시행 지역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정부에서는 세심한 모니터링을 통해 모두를 아우를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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