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한방실손보험 출시…멀어진 ‘의료 선택권’
미뤄진 한방실손보험 출시…멀어진 ‘의료 선택권’
  • 이진명 기자
  • 승인 2019.08.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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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미동의 진료정보 전량폐기로 상품개발 중단
한방협회 “협회, 보험업계 모두 개인정보법 인지 낮아 문제발생 예측 못해”
더이상 미뤄지지 않도록 정부의 관심 필요
침술. 사진=연합뉴스
침술. 사진=연합뉴스

한방 치료를 보장받는 실손의료보험의 출시가 뒤로 미뤄지게 됐다.

한방병원협회가 한방 실손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환자의 진료 정보를 보험개발원에 제공했다가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자 전량폐기하고 상품개발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14일 한방보험협회에 따르면 한방 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상품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환자 진료비 정보,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로 논란→전량폐기

실손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로 병원에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을 때 발생되는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그러나 현재 한방 치료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비급여 치료비는 보장하지 않는다.

이에 한의업계는 수년 전부터 한방 치료도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015년에 이르러 한의업계와 보험업계는 한방 치료비가 보장되는 실손보험상품 개발을 목표로 양해각서(MOU)를 맺고 2018년부터 한방 치료비가 보장되는 실손보험상품 개발을 추진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 개발은 대수의 법칙을 근간으로 장래에 발생할 사고의 확률, 즉 통계를 바탕으로 개발하는데 정확한 위험률 계산을 위해서는 집적된 관련 통계가 필수적이다.

이에 한방협회는 수 백만건에 달하는 환자의 진료비 정보를 넘겨줬으나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전량폐기한 것이다.

한방협회가 제공한 정보는 이름, 주민번호 등을 제외한 환자의 성별, 생년월일, 진료 항목, 진료 날짜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정보였다. 그럼에도 한방협회 측은 개인정보 도용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품개발을 잠정 중단하고 고객정보 수집을 처음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방협회 관계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에는 개인정보관련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협회나 보험업계 모두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제공한 정보로는 특정인을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지만 손해보험협회측은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유권해석을 받아볼 수도 있었지만 받는다 하더라도 손보협회의 문제 제기는 사그라들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그럴 바엔 깨끗하게 새로 고객정보 제공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한방 실손보험상품의 개발이 미뤄진 것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바는 없지만 내심 반기는 눈치다. 올해 추나요법 급여화를 시작으로 오는 10월에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데다 한방 실손보험까지 개발되면 향후 실손보험의 손해율 상승이 불 보듯 뻔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가뜩이나 높은 상황에서 한방 치료까지 보장되면 손해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방 실손보험 도입, 정부 관심 필요

한방 실손보험의 개발이 늦어진 것에 대해 당초 한방업계와 보험업계의 양해각서 체결 전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방 실손보험상품 개발을 하기로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한 2015년 이후 4년의 시간이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더이상 한방 실손보험의 도입이 미뤄지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정부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방 실손보험은 국민의 의료 선택권 존중이라는 차원에서도 도입될 필요성이 있다. 실손보험은 이미 3400만명 이상 가입한 보험으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가입자의 실손보험이 별다른 명분 없이 한방 치료가 보장이 안 돼 양방 치료를 선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양방과 한방 간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한방 치료는 양방 치료만큼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한방의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국민들은 외래·입원 구분 없이 한방 치료의 보험급여를 늘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73.8%가 한방의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앞으로 한방의료분야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전체 국민의 45.7%, 외래환자의 51.8%, 입원환자의 65.0%가 ‘보험급여 적용확대’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한약재 안전성 확보’, ‘한의과와 의과의 원활한 협진’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건강보험의 한방의료분야 급여 적용확대와 한방 실손보험 도입이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진료 만족도를 높이고 다양한 의료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방 실손보험상품 개발에 있어서 전제돼야 할 것은 있다. 바로 한방 실손보험상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과잉진료 문제 해소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한방치료는 과잉진료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한방 실손보험상품이 나오려면 이 같은 역선택의 소지를 없애는 것을 전제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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