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착·횡령·성추행등…농협 ‘비리 3관왕’
유착·횡령·성추행등…농협 ‘비리 3관왕’
  • 임정희 기자
  • 승인 2019.08.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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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협 조합장부터 직원들까지 ‘비리 연루’
부당 유착·횡령·성추행 등, 비리 유형도 다양
늦은 뒷수습에 ‘외부규제’ 필요성도 제기
농협중앙회. 사진=파이낸셜투데이
농협중앙회. 사진=파이낸셜투데이

농협에서 비리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농협 조합장 선출 과정에서 뇌물을 돌리는 것은 물론 농협 직원 및 계열사 직원들이 뒷돈을 챙기는 등 농협 내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농협중앙회가 비리를 근절하고 청렴한 농협을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다분하다.

◆‘부실’한 내부통제에 전국 곳곳에서 비리 발생

지난달 대전의 한 지점의 농협 직원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4차례에 걸쳐 고객 예금 12억836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5월 정산 농협에서는 한 직원의 횡령혐의가 발각되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버섯 판매대금을 13차례 걸쳐 정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12억원을 챙기고 지난 3월부터는 9차례에 걸쳐 전표를 허위 발급하는 방식으로 32억원을 가로챘다.

전남낙농농협은 전·현직 조합장의 비리 행위와 간부급 직원의 성추행 등의 문제로 시끄럽다. 18년간 전남낙협의 조합장으로 있었던 전직 조합장은 사료 수입 중개업체와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업체로부터 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중개업체가 미국 업체와 전남낙협에서 부당하게 이중으로 중개료를 받아온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또한 현 조합장은 지난 3월 조합장 선거 기간 당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돌린 사실이 발각돼 지난 9일 구속됐다.

전남낙협의 간부급 직원에 대해서는 복무규정 위반 및 성추행 혐의가 제기됐으나 이에 대한 농협중앙회 조사와 징계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이 직원은 지난해 2월 당시 임기 중에 있던 조합장과 여 지점장이 주차장에서 자동차에 동승하는 사진을 몰래 찍어 이 둘이 부적절한 관계인 양 소문을 퍼트린 혐의로 법정 분쟁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당 직원은 지난 6월 ▲품위유지 위반 ▲문서관리 소홀 ▲성희롱 및 성추행 ▲직원과 사적인 금전거래 ▲직장 무단이탈 등을 이유로 1년 만에 징계해직 처분됐다.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의 관계자는 “6월에 해직된 직원에 대해서는 10개월 정도 조사가 늦어지긴 했다. 하지만 이것은 고의로 미뤄진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업무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늦어진 것이다”며 “이러한 비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과 지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지도만으로는 비리 행위를 모두 막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리산마천농협에서도 횡령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5월 한 직원이 전산을 조작해 1억25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이 들통나면서 지리산마천농협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전직 조합장이 임기 시절 약 16년 동안 횡령 및 차명계좌 비자금 조성,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발각됐다. 결국 조합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비대위는 “전직 조합장을 비롯한 간부직원이 대부분 연루돼 수사 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고 있다”며 “수개월째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사건에 연루된 간부직원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50여명의 조합원의 위임을 받아 농협법에 명시된 농식품부감사를 청구한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농협파트너스에서도 불법적인 정황이 포착됐다. 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 파견된 농협 파트너스 직원들이 수억원을 횡령한 것이다. 한 직원은 안성물류센터에 인력을 제공해온 하청업체를 통해 용역비를 착복했다. 해당 업체가 요청한 용역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업체에 지급하고 차액을 나중에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약 2년간 2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 또 다른 직원은 하청업체에 금품을 요구하는 갑질을 하고 금품을 상납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결국 농협중앙회는 오경석 농협파트너스 대표이사를 지난달 31일 직무정지 시키고 관련 직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7일 대내외리스크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는 지난 7일 대내외리스크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비리 없는 청렴 농협 만들겠다”

비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31일 ‘계열사 준법감시 최고 책임자 긴급회의’를 열어 불공정거래와 갑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조직 내부에 은폐된 비리사건이 있다면 수면 위로 끌어올려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민의 농협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소명의식을 갖고 솔선수범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7일에는 ‘대내외리스크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일본발 수출규제와 관련한 농업 현안을 살펴보는 한편 비리 근절을 위한 청렴 농협이 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청렴한 윤리경영의 실천과 함께 신뢰와 투명, 희생을 바탕으로 국민의 농협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은 이미 도를 넘은 비리 행위로 부실한 내부통제의 속사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농협중앙회는 조합감사위원회를 통해 비리 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장기간 벌어진 비리 행위를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불법적인 행태들이 드러난 뒤에도 미온적인 대처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농협에서 때늦은 뒷수습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이 팽배해지면서 외부적인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전국에 농협이 워낙 많다 보니 주로 제보와 같은 방법으로 비리 행위가 중앙회에 알려진다”며 “이 때문에 최근 내부적인 차원에서 비리 행위를 막거나 빨리 알아낼 수 있도록 준법감시 체계 등을 바꾸고 개선하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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