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취임 13개월차를 맞이하며 실적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여러 계열사에서 ‘조직슬림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계열사들의 사업 전략이 변하며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고, 부진한 사업 분야의 책임은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13개월 동안 LG그룹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 등은 인력을 감축하고 사업을 매각하는 등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조직개편을 추구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다양한 계열사에서 인력을 감축하고 생산설비 해외 이전 등을 진행했다. 먼저 지난 2월 LG전자는 LG화학, ㈜LG 등과 함께 출자한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을 시작했다. 3월에는 수처리 자회사인 하이엔텍 및 엘지히타치솔루션 매각을 추진해 지난달 24일 매각안이 확정됐다.

LG화학은 3월 LCD용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을 매각하고, LG디스플레이는 4월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LG이노텍은 고밀도다층기판(HDI) 사업과 LG화학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정리하고,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대행(PG)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부진한 사업 분야를 과감하게 정리한다는 평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부진의 이유를 일반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분야에서 그동안 상반기엔 ‘G’ 시리즈를, 하반기에 ‘V’ 시리즈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상반기에는 전략을 바꿔 G8 ThinQ와 V50 ThinQ를 동시에 출시했다. V50 ThinQ는 5월 10일 국내 출시 이후 40여만대가 팔렸지만, G8 ThinQ가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V50의 약진에도 17분기 연속 적자는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부터 2019년 2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3조4131억원에 달한다.

연속된 적자에 LG전자는 지난 4월부터 경기도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이전하고 평택 공장의 인력을 생활가전 생산공장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 고용 창출을 장려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2017년 12월 당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LG그룹을 방문할 당시 LG는 2018년까지 신사업에 19조원을 투자하고 1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것과 달리 직원 수는 오히려 줄었다.

LG전자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 인력은 줄어들고 베트남에서 인력을 많이 뽑고 있는데 인건비 차이가 커 당장 상반기부터 비용 절감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며 “9월부터는 인건비 등 가시적인 비용이 줄어들면서 내년 연간으로 500억원에서 1000억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분기 6년 만에 영업손실이 났다고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3000여명의 직원을 정리했던 LG디스플레이도 최근 경영난을 반영해 파주 P7·P8 라인 일부 정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의 이번 희망퇴직은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을 포함해 지난해 3000여명 규모를 상회하는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 통합 등을 통해 임원도 20~30%가량 줄이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2분기 기준 매출 5조3534억원,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추진된 조직슬림화 정책은 인력감축 등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LG유플러스는 구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 점유율을 기존 5(SK텔레콤):3(KT):2(LG유플러스)에서 4:3:3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5G 상용화를 맞아 LG유플러스는 계속 이슈를 선점하려고 노력했다. 5G 요금제를 가장 먼저 선보였고, 청소년과 시니어 전용 4만원대 5G 요금제도 이통3사 중 최초로 출시했다. 다만 5G 요금제는 ‘데이터 무제한’ 카드를 꺼내든 KT에 맞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프로모션 형태로 따라갔다. 4만원대 저가 요금제는 기본 제공 데이터량이 8GB밖에 되지 않아 5G 서비스를 즐기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래도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에 맞춰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9일 LG유플러스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3조1996억원, 영업수익은 2조3780억원, 영업이익은 1486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3%, 영업수익은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9.6% 감소한 수치다. ARPU는 올해 1분기 3만1051원에서 3만1164원으로 전분기보다 0.4% 높아져 2017년 2분기 이후 8분기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또 5G 상용화에 맞춰 LG유플러스도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렸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이통3사 모두 ‘출혈경쟁’을 벌였는데,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를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1년 동안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행보 등 계열사들의 전략 변화는 있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며 “LG유플러스는 방송통신위원회 신고로 더이상 출혈경쟁을 지속할 여유가 없다고 시인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고 LG전자는 여전히 적자다. LG디스플레이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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