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야간배송 카드 꺼내…성장 따라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
온라인전용 물류 센터 부족·촉박한 주문시간·제한된 서비스 지역 등
“기존 오프라인 점포 활용 명목…사실상 명확한 타겟 없어”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가 거세지는 새벽배송 바람에 대항해 ‘야간배송’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그러나 경쟁사인 이커머스 업체와 비교해 5년여 늦은 서비스로, 업계의 빠른 성장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4일 롯데마트는 야간배송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녁 8시까지 주문한 물건을 당일 자정까지 받아볼 수 있다. 오후 4시에 마감하던 당일 배송서비스를 저녁 8시까지 확대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늦은 밤 직접 상품을 수령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유통업계에서는 새벽배송에 다소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 새벽배송 대표주자로 꼽히는 쿠팡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물류센터를 구축했으나, 적자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쿠팡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으로의 쇼핑환경 재편으로 쿠팡은 빠른 성장을 보였고, 지난해 거래액 약 8조원, 매출액 4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이상 급감했다. 오프라인 업계의 전체적인 부진과 함께 쿠팡과 마켓컬리 등이 온라인 시장 파이를 빠르게 선점한 것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롯데는 새벽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롯데쇼핑의 배송서비스는 롯데마트의 야간배송과 롯데프레시(롯데슈퍼의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의 새벽배송 두 갈래로 나뉜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에 따라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로 제한된 롯데마트는 야간배송을, 규제에 비교적 자유로는 롯데프레시는 새벽배송을 담당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온라인 시장의 후발주자로 꼽힌다. 롯데마트가 야간배송을 도입했지만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재는 최선이다”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부족해 배송서비스에 한계를 겪는 것”이라 꼬집었다.

롯데마트가 보유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는 현재 경기도 김포센터가 전부다. 전국 120여개의 마트를 거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나 상품 가짓수는 평균 5~7만개 가량으로 한정돼 있다.

반면 강력한 경쟁사인 쿠팡은 전국 20여개의 물류센터를 보유, 530만종의 상품을 다룬다. 신세계 역시 경기도 용인과 김포에 각각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보유했으며, 연내 세 번째 물류센터를 확보해 전국에 배송 인프라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배송서비스의 핵심인 물류센터 확보에서 롯데가 가장 뒤처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또 “롯데마트의 야간배송은 기존 오프라인 마트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실상 명확한 타겟을 고려해서 내놨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배송 마감 시간이 저녁 8시라 퇴근 후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직장인들에겐 다소 촉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야간배송은 예컨대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 치약이 떨어지거나 양말이 구멍난 것을 발견했을 때 이용하는 정도로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마케팅 전문기업인 크리테오의 ‘글로벌 커머스 리뷰’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간대는 오후 9시부터 11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는 고객이 하루 중 가장 많은 결제를 하는 시간대를 밤 11시로 꼽았다. 롯데마트의 야간배송은 이른바 ‘쇼핑하기 좋은 시간’에 적합하지 않은 셈이다.

이외에도 이미 새벽배송과 최저가 등이 유통업체들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 해당 서비스가 식품배송보다는 생활용품에 적합하다는 점 등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비춰진다.

이 같은 우려에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롯데쇼핑의 배송서비스는 롯데마트와 롯데쇼핑으로 나눠져있지만, 내년 결제·배송 등을 모두 통합한 온라인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형마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는 김포 하나지만, 17개의 롯데프레시를 적극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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