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1위 한투증권·자본규모 1위 미래에셋, 업계 최강자 두고 경쟁 치열
한국투자證, 카카오뱅크로 잠재고객 확보 ‘시너지 기대’
미래에셋, 네이버와 협력 지속…생활 금융 플랫폼 지향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와 함께 금융투자업계-IT 기업의 협업을 주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룡 증권사들의 경쟁이 핀테크 분야로 옮겨붙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국내 IT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와 손잡고 디지털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금융투자업계 대표적인 라이벌로 손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순이익 1위를, 미래에셋대우는 자본규모 1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금융(IB)·부동산 투자 등 사업 다각화로 1위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부문에서도 핀테크 최강자를 차지하기 위해 맞붙었다. 현재까지는 선두주자인 한국투자증권이 조금 앞선 상태다.

◆ 한국투자증권-카카오, 핀테크 광폭행보로 시너지 ‘활활’

금융투자업계와 IT 기업 간의 협업 선두주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5년 다음카카오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국내 대표 IT 기업과 손을 잡았다. 같은 해 11월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은 후 2017년 4월 금융위원회가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하면서 정식 출범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에 초기 출자금 1740억원과 2017년 8월(2900억원), 지난해 3월(1860억원)에 실시된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6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자했다.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한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2주 만에 고객 200만명, 수신 1조원을 돌파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카카오뱅크 앱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증권거래 계좌개설 신청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시너지를 냈다. 계좌개설 서비스를 통해 기존에 증권 주식 계좌개설을 하기 위해 입력해야 하는 개인정보를 대폭 간소화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계좌개설 서비스는 두 달 만에 약 85만개의 신규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성과를 얻으며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2030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해 잠재고객을 다수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뱅크의 시너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카카오가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중 16%를 주당 5000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지분 50.0%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보유 지분이 낮아졌음에도 전망은 긍정적으로 제시됐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빠른 여·수신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연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투증권의 자본 투여 부담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분 매각 후에도 2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시너지 창출을 위한 요구를 지속할 수 있고 한국금융지주 ROE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추격하는 미래에셋-네이버, 종합 금융 플랫폼 구축 초점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네이버파이낸셜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사진=연합뉴스

업계 자본규모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24일 네이버페이 분할설립회사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금액이나 시점 등은 미확정이며 향후 진행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사내독립기업(CIC)을 물적 분할형태로 ‘네이버파이낸셜 주식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업은 양사가 꾸준히 관계를 구축해나간 덕분에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2016년 말 1000억원 규모의 신성장투자조합을 결성하면서 협력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6월 국내외 디지털금융 비즈니스를 공동 추진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에 합의하면서 각각 5000억원씩 상호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기 위해 네이버 주식 56만3063주를 매입했고 네이버 역시 미래에셋대우의 자사주 4739만3364주를 매입했다.

당시 양사의 자사주 맞교환을 두고 경영권 방어, 자본 확충 등을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상호 매입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우호 세력에게 매각하면 그만큼 의결권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상 실질적인 주식 소유주는 각 명의자로 보이고 자사주 교환이 탈법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었다.

이후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의 협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2000억원 규모의 아시아스타트업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6월에는 네이버페이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사업 부문의 전문화를 추진한다. 사업 부문별로 신속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고 권한과 책임의 명확성을 높여 객관적인 성과평가를 가능하게 해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테크핀 시장에서 본격적인 흐름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협업이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 전선을 당장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온라인 결제에만 머무르던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등 ‘생활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 사 모두 IT를 기반으로 금융업을 확대하겠다는 큰 방향은 동일하다”며 “다만 은행과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고있는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미래에셋대우는 이제 막 출범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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