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제이드자이·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 분양일정 차질
‘준강남’ 입지 로또당첨 노린 청약수요, 분양가 산정 놓고 관심 집중
후분양 검토 등 머릿속 복잡한 건설사들…하반기 분양 ‘빨간불’

경기도 과천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준강남’ 입지를 자랑하는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이 고분양가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후분양 등 대안을 검토하는 등 고심하고 있어 연내 분양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과천시 갈현동과 문형동을 아우르는 135만3090㎡ 부지에 조성되는 경기도 내 첫 공공택지지구다. 8000여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12개 아파트 단지와 상업·업무시설, 교육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지역 1년 이상 거주자에 한해 전체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고 1년 미만 거주하거나 경기도에서 1년 이상 거주했을 경우 20%,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에게 50%가 돌아간다. 단지별로 4~8년까지 전매가 제한되며 거주의무기간도 최대 5년까지다.

이처럼 조건이 까다로운데도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에 분양받을 수 있는 탓에 예비청약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분양이 임박한 단지들이 줄줄이 분양가상한제 가격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분양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지난달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푸르지오써밋’은 3.3㎡당 평균 3998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당초 2017년 하반기 평당 3300만원에 분양하려 했다가 후분양으로 전환, 2년 만에 분양에 나선 것이다. 후분양이긴 하지만 과천에서는 역대 최고 분양가다. 이곳 단지가 고분양가 논란을 부추기면서 지식정보타운 내 분양예정단지가 역풍을 맞은 셈이다.

과천제이드자이 조감도. 사진=GS건설

분양 시기를 놓고 눈치싸움 중인 대표적인 단지는 ‘과천제이드자이’와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다. LH와 GS건설이 공급하는 민간참여형 공공분양 아파트인 과천제이드자이는 5월 분양 예정이었으나 3개월가량 분양을 미룬 상태다. 업계에서는 평당 2300만~2400만원 수준의 분양가를 예상했으나 아직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분양일정이 계속해서 미뤄지면 시행사의 비용 부담은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금호·태영)이 LH로부터 토지를 사들여 짓는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는 평당 2600만원을 제시했으나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는 이보다 20%가량 낮은 2205만원으로 최종결정했다. 이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재심을 청구하겠다지만 분양가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임대 후 분양까지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 후 분양전환은 민간건설임대주택으로 임대 의무기간을 채운 뒤 시세대로 분양하는 방식이다. 공급 시점의 시세대로 분양가를 올려서 분양할 수 있다.

첫 분양 주자로 나선 이들 단지의 공급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 향후 순차적으로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단지들의 분양계획도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공공택지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이 이뤄질텐데 심의를 거친 분양가는 시장과 동떨어진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에서도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다”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분양이 계속 연기되거나 후분양, 임대 후 분양전환 등 건설사는 다른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시장가격을 과도하게 통제해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하게 되면 ‘로또분양’을 노린 청약수요가 집중되면서 시장 과열 현상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이 같은 진통이 계속될 경우 자칫 건설사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내 집 마련을 위해 공공택지 분양을 기다려온 순수한 무주택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우건설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 사례를 보면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26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음에도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2205만원으로 결정해버렸다”라며 “현재 과천의 시장가격이 3800만~4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천 거주자들에게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시장 논리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모습이다. 결국 피해는 누가 보겠냐”며 “건설사에서 수익성을 우려해 사업을 안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혹은 임대주택으로 전환, 아예 일반분양을 하지 않는 시나리오도 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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