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계약갑질’하나캐피탈…계약서 임의작성, 소송까지
[단독]‘계약갑질’하나캐피탈…계약서 임의작성, 소송까지
  • 임정희 기자
  • 승인 2019.08.09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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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렌트 계약 당시 ‘약관’ 안 보여줘
피해자 “하나캐피탈 임의로 작성한 계약서 증거로 제출”
하나캐피탈 “관련 법령·약관에 의거해 소비자 보호 최선 다하고 있어”
하나캐피탈이 위치한 하나금융그룹 강남 사옥. 사진=파이낸셜투데이
하나캐피탈이 위치한 하나금융그룹 강남 사옥. 사진=파이낸셜투데이

하나캐피탈이 자동차 렌트 계약과 관련해 불완전판매 의혹에 휩싸였다. 계약 체결 당시 고객에게 약관에 대한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계약서도 하나캐피탈이 임의로 작성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임차인은 모르고 임대인 하나캐피탈만 아는 ‘약관’·‘계약서’

A씨는 2016년 11월 29일 하나캐피탈과 자동차 렌트 계약을 체결했다. 렌트 기간은 60개월, 차종은 3435만원으로 산정된 그렌저였다. 월 렌트료는 71만6760원이었으며 A씨는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2년간 1577만원 가량의 렌트료를 지불했다.

문제는 A씨의 렌트료 연체로 계약이 중도 해지되면서 불거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렌트료를 연체했고 이에 하나캐피탈은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지난해 12월 17일 차량을 회수했다.

A씨는 “한 달 이상 연체되면 차량이 회수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전혀 들어본 바 없다. 하지만 내가 렌트료를 연체했기 때문에 순순히 하나캐피탈에 차를 넘겼다”며 “나는 이렇게 차량 계약이 종료된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 달 뒤 A씨는 하나캐피탈이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출금해간 것을 발견했다. A씨는 그 이유를 알아보면서 약관에 의해 남은 렌트 기간에 대한 중도해지수수료를 하나캐피탈에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하나캐피탈에 물어야 하는 수수료는 총 1100만원 가량이었으며 출금된 돈도 바로 수수료였다.

일련의 모든 과정은 하나캐피탈의 약관에 따라 진행된 일이지만, A씨는 그러한 약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계약을 하면서 약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약관 서류조차 구경해본 적이 없다. 하나캐피탈은 차량을 회수하고 중도해지수수료를 출금하는 동안에도 약관에 대한 내용을 알려준 적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A씨는 억울함에 한국소비자원에 진정을 넣었다. 이에 하나캐피탈은 지난 3월 계약서 및 관련 서류를 한국소비자원에 제출했다.

A씨가 가지고 있던 계약서(왼쪽)와 하나캐피탈이 한국소비자원에 제출한 계약서. A씨의 계약서에는 차량 정보 등에 대한 내용이 공란으로 처리돼있다.
A씨가 가지고 있던 계약서(왼쪽)와 하나캐피탈이 한국소비자원에 제출한 계약서. A씨의 계약서에는 차량 정보 등에 대한 내용이 공란으로 처리돼있다. 사진=제보자 A씨

A씨는 이 과정에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고 주장했다. 하나캐피탈이 제출한 계약서와 A씨가 가지고 있던 계약서가 달랐던 것이다.

A씨는 “내가 작성한 적도 없는 계약 내용이 하나캐피탈이 제출한 계약서에는 채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차량 가격 및 차종과 상품 정보 등 A씨가 제시한 계약서는 공란으로 남아있었으나 하나캐피탈이 제시한 계약서에는 관련 내용이 모두 채워져 있었다.

◆“1100만원 수수료 800만원으로 깎아준다고 연락 와”

A씨와 하나캐피탈 간의 분쟁이 격화되기 시작할 때쯤 A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하나캐피탈 측에서 전화가 와서 1100만원 말고 800만원만 내라고 했다. 나는 싫다고 했고 그 이후 하나캐피탈이 내게 민사소송을 먼저 걸었다”고 설명했다.

하나캐피탈측에 확인한 결과 A씨에게 중도해지수수료를 11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조정해주려고 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800만원이라는 금액을 하나캐피탈이 해당 고객에게 먼저 제시한 것은 맞다”며 “저희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차원에서 제시한 것은 아니고 고객의 변제 능력 등을 고려해서 분쟁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하나캐피탈에 문의해보니 하나캐피탈은 이미 지난해 12월 18일 차량을 2200만원에 공매처리 했다고 말했다. 내가 지난 2년간 지불한 렌트료와 합하면 차량 시세를 훌쩍 넘는다”며 “이미 하나캐피탈은 차량 가격 이상의 돈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수수료를 내기 싫은 것이 아니다. 어떠한 안내도 없이 제대로 된 절차를 생략한 채 멋대로 일을 집행한 하나캐피탈에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며 “심지어 하나캐피탈은 내게 연락조차 한 적 없는데 한국소비자원에는 유선 연락을 했지만 내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나캐피탈과 A씨는 법적 분쟁 중인 상황이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분쟁 중인 사안이어서 하나캐피탈이 어떠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하나캐피탈은 고객과 분쟁 발생 시 관련 법령을 준수하며 약관에 의거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렌터카 계약 시 렌트비를 단 1회만 연체해도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업계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한 고객 37명 중 32명(86.5%)이 1~2회 연체로 계약해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계약해지와 관련해 약관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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