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성 평가 직전 주식 매각 의혹…먹튀 논란
첨단바이오법 훈풍에 ‘찬물’

문은상 신라젠대표. 사진=연합뉴스

신라젠 사태가 심상치 않다. 신라젠은 지난 4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말기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무용성 평가결과 임상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DMC의 무용성 평가는 신약개발의 중간평가 단계로 신라젠의 펙사벡의 경우 부정적 결과가 도출되면서 임상 중단에 내몰리게 됐다. 사실상의 개발무산과 다름없는 조치다.

이에 지난달 31일 4만4000원대였던 신라젠 주가는 공시 직후 연이어 하한가를 기록해 6일까지 1만5000원대로 급락했다. 이에 문은상 대표는 주식 36억원 어치를 매입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은 불가능에 가깝다.

신라젠 관계자는 "펙사벡은 물약이 아니다"라며 “펙사벡 활용방안 중 하나에서 생긴 문제일 뿐, 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식 폭락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 임상 중단 내몰리기 전 주식 현금화…도덕성 논란

여기에 문 대표를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들이 미리 2000억 원대의 주식을 판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사기 논란까지 가중시켰다.

문 대표는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신라젠 주식 156만주(약 1325억원)를 매도했다. 뿐만아니라 문 대표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 4명도 같은 시기에 271만여주(약800억원) 정도를 현금화했다. 또한 이번 임상 중단 공시 직전 신사업 추진 담당 임원 신현필 전무는 88억원어치 주식을 매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 대표의 주식 매각을 둘러싼 다양한 추측은 당시 신라젠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 대표가 신라젠 주식을 매각할 당시 주가는 10만원에 육박했다. 신라젠 공모가 1만5000원과 비교하면 6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미 주식 매각 당시 ‘펙사벡 임상 시험이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있었으나 당시 문대표는 세금 문제 등을 들어 소문을 일축했다. 하지만 주식 매각 후 부동산 매입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주주들 사이에서 의혹이 있었다.

송명석 부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신현필 전무의 지분 매각은 개인의 일탈 행위로 보고 현재 권고사직 진행 중에 있다”며 “본인 주식 매도는 가능하지만, 회사가 임상을 진행 중이고 매출도 없는 상태라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고 임원이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임상 중단을 권고받은 펙사벡 무용성 평가결과를 미리 알지 못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발을 빼는 모양새지만 도덕성 논란을 피해가진 못했다.

이언주 무소속의원은 7일 “문은상 대표와 특수관계인 그리고 회사 임원들은 주식을 팔아 거둔 시세차익만 수천억원이다. 문 대표는 단기간에 수천억원을 벌고 회사가 어려우니 주식을 매입하겠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신라젠의 주가폭락은 초대형 금융사기로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첨단바이오법‘ 국회 통과로 회복세 기대심리…한순간에 무너져

최근 바이오업계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첨단바이오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훈풍이 불었지만 이번 신라젠 사태로 전반적인 침체기를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법안은 기존 합성의약품과 다르다는 첨단바이오의약품 특성에 맞도록 세포 채취·검사·처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제도’를 신설하고, 허가·심사체계가 새로 마련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통과로 업계에서는 “이번 법 제정으로 연구개발에 기반한 업계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대를 높였으나 신라젠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표는 “임상 3상 조기종료는 ‘펙사벡’의 문제가 아니다”며 “지금도 ‘펙사벡’의 항암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따라 바이오산업 전반에 관한 신뢰성 문제 등에 비상등이 켜졌다. 업계관계자는 “신라젠이 신장암과 대장암 대상 펙사백과 면역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 임상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신뢰성을 잃은 상태에서 다른 임상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광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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