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농수산물로의 추가 규제 가능성 낮아”
수출 다변화 등 자구책 마련…충북·경북도, 동남아 시장 개선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White List) 대상에서 제외한 가운데 국내 농식품 수출까지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수출 다변화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사실상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일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배제 조치에 따라 반도체와 원재료 수입 업종 등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백색국가는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우방국’으로,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전략물자 수출 시 허가신청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일본의 이번 결정에 따라 한국은 앞으로 일본 제품 수입 시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수출규제 시행세칙을 보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 품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 규제 품목에 농식품이 들어있지 않음에도 수출 농가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일본이 농식품 수출의 최대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일본 농산물 수출액은 13억 2000만 달러(약 1조5800억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약 19%로, 중국(16%)·미국(11.6%)보다 높은 수치다.

주요수출 품목은 파프리카와 토마토, 김치, 김 등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수출정보(KATI)를 보면 파프리카의 경우 상반기 수출액 약 515만달러(약 62억5000만원) 가운데 약 505만달러(약 61억원, 전체의 98%)가 일본에 팔렸다. 토마토의 일본 수출 비중은 상반기 전체 수출액의 84%, 김치는 68%, 김 수출은 22.5%를 차지했다.

그러나 농식품 분야로의 추가 규제 조치 가능성이 낮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예측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일본의 농수산물 (수입금지) 대응 등 일본의 추가 무역 보복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일본이 추가 규제를 진행한다면 눈에 띄게 수입을 막기보다도 통관 기준을 높이는 간접적 방식으로 대일 수출할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려되는 것은 농식품 검역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경우 신선식품 특성상 시들거나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오래전부터 수입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까다롭게 진행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비춰진다.

이미 일본은 세계보건기구(WTO)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판결에서 한국에 패소한 뒤, 지난 6월부터 ‘사실상 보복 조치’를 벌여왔다.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한국산 넙치와 생식용 냉장 조개 등 5개 품목에 대한 수입검사를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농림축산 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대일 수출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역시 일본 정부가 농식품 수입규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현황 파악 및 수출 다변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대일 농식품 수출 점검회의’를 개최해 농식품 분야의 대일 수출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특정 품목에 집중한 수출 전략은 역량을 모으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국의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품목별 예상 피해상황 분석 등을 통해 ▲수출 통관지원▲국내 소비촉진 ▲수출시장 다변화 등 대비책을 꾀하고 있다. 또한 수출점검회의를 열고 특정국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시장 다변화 방안과 신규 품목의 지속 성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에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는 농식품의 대일 수출에 타격을 방지하기 위해 동남아 지역 공략에 주력한다.

파프리카 품목의 대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충북도는 7일 ‘농수산식품 수출진흥협의회’를 통해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으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장섭 정무부지사는 “수출 전략 전문가의 시장진출 노하우를 공유해 급변하는 대외 수출환경의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에 배추김치 등을 수출하는 경북도는 수출 다변화와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하반기에는 일본 리스크에 대비해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1일 경북도에 따르면 농식품 수출 일본 의존도는 2010년 35.6%를 기록했으나 시장 다변화로 지난해 14.7%까지 하락했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하반기에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에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쳐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에서 한국산 농식품 규제에 대한 공식적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일본의 한 신문사에서 ‘농산물 추가 규제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 전부”라며 “6일 일본의 농산물 검역강화로 충북의 파프리카 수출이 감소했다는 오보가 나기도 했다. 농산물 수출 농가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면밀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상 농식품 분야로 번질 가능성이 크진 않으나 단정할 순 없다. 필요한 경우 신속한 대응조치를 실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