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를 시작하며 한일관계가 경색되고 있지만, 일본의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이 국내에서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고, 일본에서도 한국 게임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등 게임 업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관보를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공포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국가는 일본 정부가 일본에서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수입하는 국가에 수출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로, 백색국가에는 이번에 제외된 한국을 빼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총 26개국을 백색국가로 지정됐다.

한일관계가 경색됐지만, 게임 업계에선 여전히 한일 간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화콘텐츠산업으로서 게임은 ‘취향’의 영역이라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예컨대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과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오스)’, 밸브의 ‘도타2’는 모두 동일한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다. 하지만 장르를 제외하고는 시스템, 캐릭터, UI/UX 등 다방면에서 전혀 다른 게임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정한 게임이 아니면 굳이 찾아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7년 게임 플랫폼별 수출 수입 규모.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한일관계가 게임 업계에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한일 양국의 게임사 모두 대외활동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 일본 게임사는 지난달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후 예정됐던 신작 게임 설명회를 취소했고, 국내에서도 한 퍼블리셔가 현지화 미흡을 이유로 일본 게임 정식 서비스를 연기하기도 했다.

다만 대대적으로 대외활동을 하지 않을 뿐, 그동안 해왔던 것은 그대로 추진하는 게임사들이 더 많았다. 한국닌텐도는 지난달 10일 휴대성을 강화한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를 한국 등 닌텐도 스위치를 출시했던 국가에 오는 9월 20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게임사인 조이맥스는 7일 실적발표를 통해 오는 9월 ‘윈드러너: Re’를 일본에 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이 최근 수년간 수출길이 막힌 중국을 대신해 일본 시장을 주목해왔으며, 게임사들에게는 ‘백색국가 제외’ 보다 중국의 판호(서비스 허가) 미발급이 더 큰 이슈일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의 주요 수출 국가는 ▲중화권(중국·홍콩·대만)’이 60.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다음으로 ▲동남아(12.6%), ▲일본(12.2%), ▲북미(6.6%), ▲유럽(3.8%) 등의 순이었다.

2017년 수출 국가 비중은 PC 게임 분야는 ▲중화권(74.8%) ▲동남아(6.8%) ▲북미(6.8%) ▲일본(4.6%) ▲유럽(4.6%) 순이었고, 모바일 게임은 ▲중화권(44.4%) ▲일본(21.4%) ▲동남아(17.1%) ▲북미(6.7%) ▲유럽(4.5%)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7년 국내 게임 수입 규모는 수출액 59억9299만8000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26만2911달러로 확인됐다.

 

2016년과 2017년 게임 수출 국가별 비중 비교.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시장이 게임 업계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내 게임이 수입하는 것보다 월등히 많이 수출하고 있는 상태다. 또 정부나 기업에서 직접 접속을 막아도 우회접속 등을 통해 접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해외결제를 이용해 게임에 과금을 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중화권 시장이 게임사들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경색된 와중에도 일본 대신 중국의 판호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내 게임은 2017년 3월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획득하지 못했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는 판호를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 4월부터 발급을 재개했지만, 국내 게임에는 여전히 판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판호 발급이 막혀있어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개발사를 통해 우회해서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 A는 “게임은 취향의 영역이어서 대체할 수 없는 분야”라며 “잘 만든 재미있는 게임은 게이머들이 좋아하기 마련이고, 다른 게임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 게임사 관계자 B는 “한일관계가 경색됐지만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일본산 게임 매출이 오르기도 하고, 일본 IP를 활용해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이 양국에서 모두 사랑받기도 하고, 한국 게임이 일본 내에서 상위권 매출을 보이기도 한다”며 “게임은 소재나 부품 같은 원자재가 들어가는 산업이 아니어서 백색국가 제외보다는 국민정서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게임사의 관계자 C는 “대부분의 게임사가 ‘긁어 부스럼 만들기’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게임사에겐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보다 오히려 중국에서 판호가 발급되지 않는 것이 더 아플텐데, 최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한한령이 풀리고 있어 판호도 발급받을 가능성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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