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 백색국가 제외] ‘탈일본’ 추진하는 IT·전자
[日, 韓 백색국가 제외] ‘탈일본’ 추진하는 IT·전자
  • 변인호 기자
  • 승인 2019.08.08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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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ZNS SSD(왼쪽), 삼성전자 12Gb LPDDR5 D램(오른쪽).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ZNS SSD(왼쪽), 삼성전자 12Gb LPDDR5 D램(오른쪽).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를 하던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발표 이후 한국 IT·전자 기업의 탈(脫)일본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3위 무역 흑자국이어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일본에도 피해가 가는 ‘자충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 日, “한국 백색국가 제외” 공포

일본 정부는 관보를 통해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공포 후 21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백색국가는 일본 정부가 1987년부터 일본에서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수입하는 국가에 수출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아시아 최초로 선정된 한국까지 총 27개국에서 한국이 빠지면서 26개국이 지정돼 있다.

일본 정부 각의(국무회의)는 지난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정부가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포괄허가 취급요령(수출규제 시행 세칙)’에 따라 국내 기업의 피해 규모를 예상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소재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을 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일본 정부가 1100여개 전략품목 중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할 경우 피해를 보는 국내 기업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컨틴전시 플랜’ 가동하는 기업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영향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될 기업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본산 소재를 대체할 제품을 찾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하는 가운데, 9월 말이면 어느 정도 대체품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더불어 “과학기술로 나라를 지킨다”며 카이스트(KAIST) 전·현직 교수들도 탈일본·극일에 동참한다고 나섰다.

당장 일본산 대체품을 찾기 어려워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태원 SK 회장 등이 나서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영향 및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약 220여가지 일본산 소재와 화학약품을 대체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은 일본의 3위 무역 흑자국으로, 주요 무역국인 한국과의 수출입에 영향이 생기면 일본 역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은 수교 이후 한 번도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낸 적 없다.

또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무역이 위축된 것처럼 세계 각국이 원자재·중간재·최종재를 수입·수출하고 있는 세계 경제 특성상 일본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 홍남기 부총리 “100개 전략 소재·부품 집중투자”

우리 정부는 지난달부터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등 일련의 경제보복 행위에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탈일본, 극(克)일본을 위해 전략 소재·부품에 집중투자해 일본 경제를 넘어서는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일본의 무역보복을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를 넘어설 더 큰 안목과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의 항구적인 경쟁력을 향상할 것”이라며 “국가안보와 주력·신산업에의 영향 등을 고려, 수출제한 3대 품목을 포함한 100개 전략적 핵심품목을 선정, 집중투자해 5년 내 해당 품목의 공급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세부적인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지만, ‘국민과 함께 힘을 모은다’는 것에는 뜻을 모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극일’ 기조 아래 전국민적 단합을 강조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현 외교·안보 상황과 경제 상황을 우려하며 문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전망’ 보고서에서 “7월 1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 직후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의 주가와 일본의 규제 3품목 수출기업의 주가 추이를 비교해보면, 수출규제가 오히려 일본기업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이런 조치를 하는 것을 고려하면, 한일 양국 정부 간 극적인 타협이 성사되지 않는 한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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