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탄소섬유 상용화 속도, 효성 “연내 인증 계획”
르노삼성·한국GM, ‘글로벌 생산체계’ 근거…영향 미미
쌍용차, 극단적 상황 치달으면 차량 생산 차질 우려
전기차 배터리 3사, 소재업체와 협력 논의하는 등 대비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White List)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업계가 부품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등 만반의 대비에 나서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생산설비와 부품에 적지 않은 일본 제품을 쓰고 있다.

먼저 현대·기아자동차 생산라인의 공정 제어장치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에는 과거 협력 관계였던 미쓰비시 제품이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지 내부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PLC는 국내에서는 LS산전 제품으로, 해외에서는 독일 지멘스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일본 부품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의 수소탱크에도 들어간다. 넥쏘의 수소탱크를 공급하는 일진복합소재는 일본 도레이사로부터 탄소섬유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탄소섬유를 공급하는 도레이첨단소재의 공장은 한국 구미에 위치해 있는데, 원재료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 도레이첨단소재에도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강도 탄소섬유 상용화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희소식이다. 일진복합소재와 현대자동차, 효성첨단소재 등은 지난해부터 대체재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연내 인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차는 닛산 계열의 변속기 회사인 자트코(JATCO)에서 무단변속기를 납품받아 주력모델인 QM6 가솔린와 LPG, SM6의 LPG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이외 차종의 대부분의 독일의 변속기업체 ZF의 제품을 쓴다.

변속기가 차량의 핵심부품이긴 하지만 생산에는 어려움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라는 거대한 우산이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자트코와 일대일 납품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 본사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부품구매본부에서 부품을 조달받는다.

한국GM도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생산체계를 근거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쌍용차다. 쌍용차는 티볼리, 렉스턴스포츠, 렉스턴칸, 코란도 등 대부분의 모델에 일본 토요타 계열인 아이신의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쓰고 있다. 최상위 모델은 G4 렉스턴에만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물론 차량용 자동변속기는 수출관리 대상인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생산이 중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가 간 무역 관계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일본 정부가 변속기에 손을 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당장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용 일부 소재는 일본이 처음 규제했던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처럼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꼽히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에 대한 일본산 의존도는 낮은 편이다. 문제는 나머지다. 배터리 포장재인 파우치 필름과 전해액 원료인 리튬염, 동박 제조에 쓰이는 티타늄 드럼 등은 상당량을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세계 파우치필름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 DNP와 쇼와덴코로부터 파우치필름의 100%가량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소형배터리에는 파우치 필름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낮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배터리 3사는 국산화율을 높이거나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G화학은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생산라인을 조기 시험 가동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본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SDI는 지속해서 소재 이원화 전략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사는 율촌화학, BTL첨단소재와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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