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의 보험이야기] 보험 사업비와 수수료 개편 대책이 반쪽짜리인 이유
[오세헌의 보험이야기] 보험 사업비와 수수료 개편 대책이 반쪽짜리인 이유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19.08.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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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 7일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보험상품 사업비와 모집수수료 등의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보험상품 사업비에 대해서는 부과기준을 개선하고 사업비 공개 범위가 확대 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보험사, GA 등과 수차례 협의했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드디어 지난 8월 2일 ‘불합리한 보험상품 사업비와 모집수수료 개편 대책’을 발표했다. 보장성 보험의 불합리한 사업비체계 개선, 계약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정확한 정보 제공, 모집수수료 제도 개선을 통해서 해지환급금을 높이고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사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0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보험 모집수수료 제도 개선은 2021년 1월 시행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발표한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점과 허점이 여기저기 드러나고 시행시기도 늦어 당초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향후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실망스럽다.

첫째, 금융위가 가장 큰 폐단으로 지목한 ‘모집수수료 선(先)지급’을 폐지하지 않고 계속 허용 해서 당초 개선 의도가 크게 퇴색했다. 그동안 수수료 선지급제도를 악용해 철새·먹튀 설계사가 다수 발생했고 이로 인해 많은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금융위가 선지급제도를 폐지는 커녕 공식 인정해 철새·먹튀 설계사로 인한 가입자 피해가 계속 우려된다. 금융위가 GA(법인보험대리점) 반발에 휘둘렸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둘째, 설계사에게 수수료 선지급과 분급(分給)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허용해서 금융위가 오히려 선지급을 조장,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설계사들은 장기 분급보다 대부분 선지급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험사들이 이미 수십년간 적용해 온 분급 제도를 마치 새로 도입하는 것처럼 대책이라고 제시했으니 ‘현장 모르는 금융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셋째, 사업비 과다 부가상품의 공시를 강화한다는 대책도 실효성이 의문이다. 보험 가입 시 공시내용을 확인하는 가입자가 1.3%에 불과(금융연구원 2012.7.4자료)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소비자들과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섣불리 제시한 대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넷째, 그나마 보장성보험의 초년도 수수료를 월보험료의 1200%로 제한한 것이 눈에 들어오는

내용인데, 소비자가 아니라 보험사와 GA를 배려했다. 보험연구원 공청회(2019.4.16)에서 밝혀 졌듯이 선진국들은 초년도 수수료를 모두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판매와 유지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적정하게 안배해 지급하고 있다. 계약을 최대한 유지시켜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금융위는 소비자를 보호한다면서 여전히 판매 중심, 초년도 중심의 수수료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2차년도 이후 수수료는 제한이 없으므로 수수료 과다 지급을 규제하려는 대책이 실종됐고 이번 대책으로 얼마나 먹힐지도 의문이다. 초년도에 발생하는 각종 폐해들이 2차년도 이후에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설계사 수수료를 상품개발 단계부터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쉽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해서 보험사가 시책을 과도하게 지급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에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통해서 보험상품 자유화를 전면 허용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보험사에게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라는 것이 전부이니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여섯째, 종신보험에 연금전환특약을 부가해서 연금액 안내 시 연금보험의 연금액과 동시에 비교· 안내하도록 공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경험하고 있듯이 현장에서 실효성이 전혀 없으므로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공시 강화는 만능이 아니므로 대책이라고 제시한 것부터 황당하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사이트의 공시정보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비교 구매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다. 금융연구원의 ‘보험소비자 가용정보 현황과 과제’ 보고서(2012.7.4)에 의하면 조사 대상의 62.8%가 상품정보를 설계사에게 의존하고 있고, 금감원이나 생보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정보를 파악하는 소비자는 1.3%에 지나지 않았다.

종신보험은 당초부터 보장성보험이므로 연금전환특약을 부가해서 저축(연금)으로 판매하는 것부터 변칙이고 잘못됐다.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사업비가 연금보험보다 2~3배 많으므로 사업비 (수수료)를 편취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비자 이익과 상반된 것이다. 특히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생보사들에게 연금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판매 중지와 리콜을 지시(2014.8.6)했는데 금융위가 불과 6개월만에 이를 번복해서 판매를 허용했기 때문에 종신보험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종신보험 사업방법서에서 연금전환특약을 삭제해 연금 아닌 사망보장상품으로 정직하게 판매하게 해야 한다.

일곱째, 보장성 보험의 불합리한 사업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하여 보장성보험의 저축보험료에 대해 저축성보험 수준으로 사업비(계약체결비용) 및 해약공제액을 부가하고, 치매보험의 사업비 및 해약공제액을 인하하며 갱신형·재가입형 보험의 갱신 시 사업비도 최초 계약의 70% 수준으로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보장성보험료가 2~4% 인하되고 해약환급금도 확대된다고 하므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 내용들은 당초 알려지지 않았던 것인데 이번 대책에 첫 번째 내용으로 갑자기 발표됐다. 이번 대책 발표의 핵심(본질)은 보험사, GA의 과도한 사업비 책정과 수수료 선지급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는데, 주객이 바뀐 상황이므로 금융위가 애써 물타기 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보험은 당초부터 가입자를 위한 상호부조의 제도이므로 보험사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보험의

주인은 돈 내는 계약자들이고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덕분에 보험사, GA가 운영되므로 보험사, GA는 머슴(계약자 자산의 선량한 관리자)으로서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모든 의사 결정과 판단은 당연히 주인인 가입자 중심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를 망각해서 현재와 같이 왜곡된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본다.

이번 대책은 금융위가 소비자를 위한다고 발표했지만 중심을 외면한 채 발표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다. 당초 예고되었던 핵심 쟁점들이 ‘보험료 인하와 해약환급금 확대’라는 제목에 파묻혀 2차적인 내용으로 밀려났다. 금융위가 진정으로 소비자 보호의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GA와 보험사에 휘둘리지 말고 소비자 중심, 소비자 이익을 위해 결연하고 당당하게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번 대책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켜볼 일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파이낸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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