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고질적 주차난 시달려…상반기 불법 주정차 단속 3676건
회원제 가입 시 일 6시간 무료주차 가능…일반 고객 피해 우려도

대치동 학원가. 사진=연합뉴스

대치동 학원가의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회원제 ‘학부모 클럽’이 주차난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학부모 클럽’ 회원제 운영에 돌입했다. 해당 클럽에 가입한 학부모들은 평일 오후 4~10시, 주말 오후 5~10시까지 무료주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이 학부모클럽을 도입하게 된 까닭은 강남점을 이용하는 고객의 상당수가 대치동 학원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치동 학원가’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1000여개의 학원과 340개의 교습소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부터 10시를 기준으로 불법 주·정차 및 심각한 교통정체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치동 학원가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총 3676건에 이른다. 이들 모두 학원가 대로변 밤 9시~11시 사이에 발생한 것이며 총 과태료는 약 1억4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치사거리부터 은마사거리, 롯데백화점부터 은마아파트사거리 사이는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

학부모들은 인근 백화점이나 카페, 스포츠센터 등에서 학원이 끝날 무렵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롯데백화점 강남점 평일 매출 구성비는 60%로, 전 지점 평균 매출 구성비인 52.1% 대비 7.9%가량 높았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만난 학부모 A(40)씨는 “아이 학원이 끝날 때까지 마땅히 주차해놓을 곳이 없어 백화점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주차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식사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여기는 평일 오후에도 늘 붐벼 빨리 오지 않으면 주차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주차 과태료를 물 때도 종종 있다. 심지어 경기도 등 먼 곳에서 오는 학부모는 근처 원룸을 계약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주차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대치동에서 롯데백화점 학부모 클럽은 고질적인 주차난을 일정 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보인다. 회원제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구매실적이 비교적 저렴하며 주차공간 또한 넓기 때문이다.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강남점 학부모 클럽 가입 조건은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신청 시 본인 신분증과 자녀 학생증 지참 ▲3개월 간 강남점 구매실적 30만원 이상 등이 있다. 한 번 가입하면 6개월간 회원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주차타워는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로, 총 499대(지상 387대, 지하 112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백화점 운영시간이 끝난 8시 이후에도 주차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주차난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주민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지난 4월 강남구 대치동 주민들은 주차난 해결을 위한 주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이들은 학원가 아이들이 마치는 밤 9시~11시 사이 부설주차장 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회원제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고객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클럽 회원이 장시간 주차장을 사용함으로써 일반 고객이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고객이 동일한 조건(일 6시간)으로 주차하기 위해서는 학부모 클럽 회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주차요금은 10분당 1000원이다. 구매금액에 따른 무료주차 시간은 ▲3만원 이상 구매 시 1시간 ▲5만원 이상 구매 시 3시간 ▲10만원 이상 구매 시 3시간이다. 학부모 클럽 회원은 강남점에서 월 10만원만 사용해도 일 6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하지만, 일반 고객이 동일한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월 72만원(20일기준, 1000원/10분)을 지불해야 한다.

이와 관련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반 고객과 학부모 클럽 가입 고객이 이용할 주차대수를 고려해 내놓은 회원제라 크게 무리가 될 것 같진 않다. 또한 회원제 구매실적이 저렴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를 것으로 보인다”며 “지점 특성을 파악해 이용고객의 편의를 위해 내놓은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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