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공익재단, 지난해부터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금 지원
백범김구 손녀사위 김호연 회장…‘김구재단’ 통해 해외 활동 펼쳐
이은희 교수, “불매운동 펼치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영향 줄 것”

사진=빙그레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 일제 강점기 지식인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가 국내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빙그레가 ‘애국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부터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일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빙그레는 안창호 선생의 사상을 반영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7년 ㈜대일양행으로 시작한 빙그레는 1982년 사명을 변경, 아이스크림 ‘투게더’와 ‘바나나맛 우유’ 등을 통해 국내 대표 제조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빙그레 사명에는 함께 나누는 화합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름에 걸맞게 빙그레는 2011년 2월 ‘빙그레공익재단’을 설립해 독립유공자 지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빙그레공익재단은 지난달 24일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전달했다. 국가보훈처가 추천하고 빙그레공익재단이 선발한 45명의 고등학생 및 대학생에게 전달된 장학금은 총 6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국가보훈처와 체결한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의 일환이다. 빙그레공익재단은 2020년까지 3년간 독립유공자 후손 총 135명에게 1억8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빙그레공익재단은 지난해 ▲독립유공자 캠페인 영상 방영 ▲제품 판매 수익금 일부 후원기금 적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유공자 및 후손에 대한 존경과 사회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빙그레의 후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김호연 회장이 독립운동 가문과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오랜 기간 독립유공자의 업적을 알리고 그들의 후손을 돕는 일에 앞장서왔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김구재단. 사진=빙그레

그는 빙그레공익재단 설립에 앞서 1993년 자신의 사재를 출연해 ‘김구재단’을 설립했다. 해당재단은 해외 주요 한글교육기관과 협력해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교육공모안대회’ 등을 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제8회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가 진행됐다.

또한 백범 김구 선생의 삶을 극적으로 형상화한 창작 판소리를 제작해 국내외에서 공연해왔으며 백범일지 외국어판을 번역·출간하고 사진전을 개최했다. 단순 장학금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한국의 뿌리를 널리 알려온 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 등을 다루는 세미나, ‘김구포럼’이다. 최근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촉발된 만큼, 김구재단의 해외 활동은 그 의미가 크다. 해당 포럼은 한·미 상호 이해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후손 없이 서거한 이봉창 의사에 대한 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이봉창 의사 마라톤 대회’를 3년간(2005~2007년) 진행했다. 그는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 회장을 비롯해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부회장·독립기념관 이사 등의 활동도 함께 병행하고 있으며,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국가보훈처로부터 보훈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는 빙그레의 장기적인 후원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것을 소비하는 것이 바로 ‘신념소비’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번지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애국 신념소비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애국심을 이용해 ‘틈새 애국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빙그레처럼 오랜 기간 묵묵히 사회를 위해 가치있는 활동을 지속해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공익재단은 꾸준히 독립유공자 후손을 지원해오고 있다. 국가에 기여하신 분들을 기억하기 위함이다”며 “시기적으로 일본불매운동과 겹쳐 재조명받는 것 같다. 장학사업을 통해 독립 유공자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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