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박광신부장

금융당국이 고금리 대안상품으로 ’햇살론17’을 출시하기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소득 4500만원 이하 신용등급 6등급이하 근로자에게 연 17.9%로 700만원 한도로 대출을 해준다는 게 골자다.

당초 ‘햇살론17’은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비중이 큰 일본계 저축은행과 사금융에 흘러 들어가는 서민자금 회수를 위한 대응책 마련이라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17.9%라는 높은 이자율을 감안하면 기존 제2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등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허울뿐인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긴 어렵다.

기존 정부지원 햇살론은 생계자금 최대 1500만원, 대환자금 최대 2000만원 등 연 8%~9%(신용등급에 따라 차등적용)의 저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서민대출상품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심사조건과 서류 등으로 진입 문턱이 높았다는 점에서 ‘햇살론17’상품과 차별화가 있을지는 모르나 제대로 된 시장조사와 현실반영 없는 금번 정책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가깝다.

실제로 제2금융권 중금리 상품을 이용 중인 A씨는 “정부상품인데 이자가 터무니없다. 제1금융권 대출이 3~7% 정도 수준인데 정부상품이 17.9%라는 게 말이 되나”며 “상품이 출시돼도 현재 제2금융권 중금리 대출에서 갈아 탈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정부의 금융정책과 대책은 서민들이 원하는 수준에 한참을 못 미친다는 얘기다. 현재 대부업의 평균 금리는 21.7%로 법정최고금리에 가깝지만 17.9%의 ‘햇살론17’ 금리 역시 서민들이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은 과다조회, 다중부채, 저소득 등의 이유로 대출거부가 되는 경우가 많고 이들 대부분이 사금융이나 대부업으로 내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17.9% 중금리 정책은 방향성이 잘못돼 있다. 기존 햇살론의 문턱을 낮춰 서민자금을 유입하고 이들의 신용회복을 통한 삶의 환경개선이 이뤄져야 할 마당에 정부에서 내놓은 서민정책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담보대출의 경우 최저 금리를 기록하는 등 기득권의 혜택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반면 서민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7%로 1년 전보다 2.9%포인트 높아져 가계대출 상환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 정부의 17.9% 고금리 대출상품 출시는 허탈하기까지하다.

일자리, 경제, 최저임금 등의 정책이 줄줄이 실패하는 마당에 서민금융 17.9%의 발상은 자금 유입은커녕 불필요한 대출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만 양산할 뿐이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지난 25일 간담회자리에서 "6등급 이상 상대적 우량차주는 비교적 낮은 금리로 혜택을 받고 있으나 7등급 이하 최저신용자는 정책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대부업·불법사금융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안 자금 공급을 하겠다"고 말했으나 17.9%는 대부업·불법사금융 대출보다 더 나은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현시점에 정부가 더이상 서민의 눈물을 먹고 사는 ‘악어새’가 되서는 안된다.

 

파이낸셜투데이 박광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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