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퍼리움

블록체인 업체 리퍼리움이 펍지주식회사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성적에 따라 암호화폐 ‘리퍼리움 토큰(RFR)’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두고 리퍼리움과 펍지주식회사 양사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성숙한 암호화폐 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리퍼리움은 지난달 24일 펍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스트리밍뿐 아니라 직접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RFR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벤트 동안 게임 성적에 따라 ▲RFR ▲백팩·텀블러·모자 등 배그 굿즈를 지급한다. 굿즈는 미국·캐나다 거주자만 받을 수 있다.

리퍼리움이 배그 이벤트를 진행하며 거래소에서 하루 2억개 정도 거래되던 RFR은 발표 직후인 지난달 25일 56억개까지 거래량이 늘었고, 가격도 11.8%가량 올랐다.

하지만 펍지가 “파트너십을 맺은 적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번 이벤트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 것은 리퍼리움이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이벤트를 홍보하면서부터다.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면 펍지는 이벤트 진행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

펍지 관계자는 “오픈 API를 활용해 이벤트를 열겠다는 요청이 있었다”며 “하지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펍지주식회사는 리퍼리움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적 없다”고 밝혔다.

리퍼리움 측은 커뮤니티 공지사항 등을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리퍼리움은 펍지의 미국 팀과 수개월 동안 직접 일을 진행했다”며 “펍지 측에서는 저희 리퍼리움 측이 펍지 게임 내 업적에 대한 보상을 지급할 수 있도록 펍지만의 고유한 글로벌 로그인 시스템뿐 아니라 펍지 게임 내의 API에 접근 권한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번 협업 과정에서 펍지 측은 120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상품을 포함해 게임 내 및 게임 외 굿즈 보상을 저희에게 제공해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리퍼리움 측의 해명과 달리 펍지 관계자는 “펍지 미국지사도 리퍼리움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바 없다”고 못박았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암호화폐를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는데 리퍼리움 측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일을 진행해서 논란이 생긴 것 같다”며 “이벤트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에 있는 펍지주식회사 본사에 확인했다면 양사 간 합의가 된 상태에서 홍보를 시작하게 돼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배그 이벤트 논란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이 소문과 루머에 휘둘리는 성숙하지 못한 시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전에도 암호화폐는 기업 간 협의 문제로 논란이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암호화폐 도둑상장’ 논란이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젝트팀들은 대부분 암호화폐를 발행해 협의된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한다. 이때 협의한 적 없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상장되지 않은 프로젝트팀의 암호화폐를 독단으로 상장하는 것을 두고 ‘도둑상장’ 했다고 말한다. 기습상장 혹은 자율상장으로 칭하기도 한다.

이런 거래소들은 다른 거래소에 상장하기로 예정된 암호화폐를 기습적으로 상장해 초기 거래량으로 수익을 얻는다. 프로젝트팀 입장에서는 ▲투자자와의 이해관계 ▲계약된 거래소와의 법률관계 ▲도둑상장한 거래소의 문제로 프로젝트의 신뢰가 훼손되는 경우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단체채팅방은 주로 익명인데, 말을 자주 해 발언권이 센 것 같은 사람들의 발언에 암호화폐 가격이 흔들리기도 한다”며 “한 사람이 IP 조작을 통해 여러 계정을 동원해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암호화폐 시세가 내려가면 사고, 올라가면 파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또 “리퍼리움 배그 이벤트 논란도 이벤트 직후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올랐다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내려가는 등 결과적으로 보면 시장이 덜 성숙했다는 증거”라며 “관련 가이드라인도 없는 암호화폐 시장이 결국 소문과 루머에 휘둘리는 시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