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결제 서비스 조용히 개시, ‘시끌벅적’ 서비스 출범 예고와 정반대
일본 불매 역풍 맞나…흑자 전환 올해도 미지수

지난해 11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파이낸셜투데이

카카오페이가 일본 현지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성공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일본 수출 규제에서 시작된 불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일본을 찾는 국내 관광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11일 일본 현지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날 카카오페이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해외결제 서비스 오픈 안내’ 게시물을 통해 “11일부터 해외에서도 카카오페이 매장결제가 가능하다”며 해외결제 가능 국가가 일본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제 서비스 오픈은 별도의 보도자료 배포나 홍보 없이 비교적 조용히 시작했다. 지난 5월 출범 2주년을 맞아 ‘카카오페이 데이’를 열고 ‘글로벌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한 것과 상반되는 셈이다. 당시 카카오페이 측은 내년 1분기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최근 불거지는 일본 불매운동을 의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반일 정서가 번지면서 일본 제품 소비를 자제하는 등의 여론이 커졌다. 이에 여행 자제로도 번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조용한 서비스 개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본격 서비스로 확대하는 상황이라면 자료 배포를 하겠지만 일부 지역에서의 시범 서비스다 보니 특별하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홍보하지 않았다”며 “국내에서도 특정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때 별도의 자료 배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불매 운동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카카오페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국내 관광객이 해외에서 환전 없이 간편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정작 일본 현지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1일 일본 현지 결제 서비스를 시범 오픈했다. 사진은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라온 해외결제 서비스 오픈 안내문.사진=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이번 시범 서비스는 11일 후쿠오카 다이마루 백화점, 16일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전 매장에 도입됐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2017년 기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오사카(33.8%)였고 2위는 후쿠오카(23.5%)가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여행 거부 운동이 확산하면서 관광객 수는 급감했다. 최근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4주간 일본 항공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8% 감소했다.

게다가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감축도 이어지면서 방일 관광객 수가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비용 항공사(LCC)인 진에어는 오는 10월부터 인천~후쿠오카 노선을 일 4회에서 3회로 축소한다. 국내 양대 풀서비스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를 변경해 좌석 수를 축소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카카오페이의 신(新) 서비스가 본격적인 시작 전부터 암초를 만나면서 흑자 전환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전년 동기(273억원)보다 253.43% 확대된 9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254억원에서 93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카카오 매출액은 2조417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2.5% 상승하며 ‘연매출 2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89% 감소한 729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1251억원에서 159억원으로 87.3% 줄어들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감소한 것이다.

이에 카카오페이의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이다. 카카오페이가 카카오 자회사 중 카카오커머스(7530억원), 카카오엠(5910억원), 카카오게임즈(4784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자산총액이 크지만 기나긴 적자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현지 관광객이 줄어든 것이 시범 서비스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해외 현지 결제 서비스는 신사업이라기보다는 기존 결제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 수익과는 별개의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해외 현지 결제 서비스는 작년부터 잡혀있던 계획이 있고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며 “향후 일본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다른나라 등으로 진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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