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멀어져 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점점 멀어져 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 이진명 기자
  • 승인 2019.07.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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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금 청구,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소비자 불편 초래
고용진·전재수 의원 간소화 법안 각각 대표 발의…지지부진
의사협회, 순수성 의심 반발…시민단체, 의협은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20대 국회 얼마 남지 않아 개정안 통과 요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 수는 인구수 5200만 중 3426만명(2019년 3월말 기준)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지만 가입자 수에 비해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시스템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가 크다.

◆ 번거롭고 복잡한 실손보험 청구 방식…2010년 이래 개선 지지부진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방법은 설계사를 통하거나 지점방문, 우편접수, 팩스접수 등이 있으며 보험금 청구 시 병원으로부터 처방전, 진단서, 진료확인서, 의사소견서, 진료비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직접 소비자가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청구절차의 불편함은 특히 소액 청구인 경우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를 빈번히 발생시켜 많은 소비자들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치료를 받고도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90.6%가 금액이 소액이어서, 5.4%가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보험사별 보험금 제출양식을 간소화하고 공통 표준양식 마련을 권고했으며 2016년에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합동으로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법적인 근거 마련을 위해 국회 정무위 소속 고용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토록 해 청구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 요청할 수 있는 등 가입자 편익을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현실은 2010년 권익위가 간소화를 권고한 이래로 국회가 3번이나 바뀌는 등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결과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같은 현실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의 지속적인 반대를 꼽을 수 있다.

◆ 청구 간소화 더딘 이유, 의료계 반대와 국회의 파행

대한의사협회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 반대 이유를 전해왔다. 의협 관계자는 “환자와 보험회사 간의 실손보험 계약 관계를 기반으로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겠다는 취지는 의협도 강력히 동의한다”며 “그러나 민간 영역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중간에 들어와 간소화를 한다는 것은 순수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심평원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심평원을 끌어들여 심사받도록 하기위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환자 입장에서도 비급여 치료에 대한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 과정에서 서류 전송업무를 심평원에 위탁하도록 한다. 이때 비급여 항목을 심평원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급여는 건강보험 급여대상에서 제외된 진료항목으로 병원이 자체적으로 진료비용을 책정한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의협 주장을 반박했다. 지레짐작만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의료업계는 자신들의 진료 행태가 필요 이상일 경우 과잉 진료로 의심돼 심평원의 간섭이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심평원 개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만약 의협 주장대로 문제점이 있다면 공론의 장으로 나와 대화로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지금 의협은 공식적인 대화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국회의 책임이 지적된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이후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무위는 무소속인 손혜원 의원 부친의 서훈 관련 자료 열람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정무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에 대해 지금까지 확정된 것이 없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 처리가 이번 국회에서도 힘들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상임위 일정 관련해서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정무위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간사 협의도 잘되지 않고 있어 올해 안으로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내년 4월에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감안하면 각 정당이 하반기에는 총선 준비에 돌입, 실질적으로 국회의원이 일할 수 있는 날 자체가 얼마 남지 않은 점도 법안 통과 가능성에 부정적인 요소다.

의협의 반대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잠들어 있는 사이 소비자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한 실손보험 가입자는 “복잡한 서류와 소액이라서 포기했던 보험금 청구를 법적으로 간소화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고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언제 간소화가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라 답답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간소화가 미뤄지는 동안 불편함은 소비자 몫이라는 것을 당국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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