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이마트 등 ‘평양 온반’으로 제품군 넓혀
‘크라우드 펀딩’ 통해 北간편식 판매하기도
“우리나라 전통음식으로 성장 가능성 有”

사진=오뚜기, 이마트

국내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북한 간편식’의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돼 주목을 받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완전조리 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으로, 집에서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뜻한다. 이들 식품은 가정 음식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가정간편식이라 불린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가정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며 관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4조원 규모를 달성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국내 HMR제품은 육류 위주의 간편식을 통해 성장했다. 비슷한 음식으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자 유통업계에서는 북한 음식 등으로 간편식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서 주목한 북한 음식은 ‘평양 온반’이다. 평양 온반은 고기를 우려낸 맑은 육수의 국밥으로, 북한에서는 냉면보다 대중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온반 간편식을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은 오뚜기로, 지난해 11월 ‘남북한 대표 겨울 인기 국밥’을 주제로 평양 온반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우리나라의 설렁탕과 비슷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지난 2월 ‘서울 요리원 평양온반’을 출시했다.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웹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통해 제품을 선보인 곳도 있다. 가정식 프랜차이즈 ‘료리집북향’은 지난 5월 ‘평양온반 HMR’을 판매했다. 3주간 400만원을 목표금액으로 시작된 펀딩은 총952만원의 금액을 달성하며 종료됐다.

사진=료리집북향, 대구하나센터

더나은세상을위한공감(대구하나센터)은 지난해 6월 텀블벅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펑펑이떡 패키지’을 판매했다. 펑펑이떡은 옥수수 가루를 물과 섞어 북한 가정에서 간식 혹은 식사 대용으로 먹는 음식이다. 한 달간 판매된 해당 음식은 목표금액 대비 240%의 성과를 올렸다.

대구하나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펑펑이떡 패키지의 주 구매 층은 20~30대로, 잘 알려진 북한 음식이 아니라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신기했다는 평이 있었다. 펀딩이 종료된 후에도 재구매 의사를 밝히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 간편식에 대한 관심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출시된 제품은 만두와 냉면 등으로 국한돼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북한 간편식이 서구화된 국내 간편식 시장에서 ‘전통음식’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재화 전(前) KOTRA 무역관은 “북한의 음식은 기후와 재료, 조리법 등의 차이로 인해 우리에겐 외국 음식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생소하지만 또 맛에서는 익숙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북한 간편식으로 해주비빔밥, 감자 막가리만두, 초교탕 등을 꼽았다.

해주비빔밥은 닭고기와 채소를 주재료로 한 음식으로, 북한 음식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도 음식인 감자막가리만두는 감자로 만두피를 만들어 속은 돼지고기와 부추로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 초교탕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등장한 궁중음식으로, 소고기와 닭고기 등을 넣고 끓인 보양음식이다.

김정수 통일교육원 교수는 “국내 간편식은 나트륨이 많이 포함돼 건강식을 찾는 소비자들에겐 어필하지 못했다. 특히 북한 새터민들은 우리나라 음식이 너무 달다고 평가한다”며 “때문에 이같은 북한 간편식이 유통된다면 전통 음식 뿐만 아니라 건강식으로도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오뚜기 관계자는 “평양 온반을 출시하며 오뚜기 컵밥 제품군이 더욱 다양해졌다. 아직까지 다른 북한 음식으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은 없지만, 온반은 우리나라 설렁탕과 비슷해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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